'성완종 리스트 8인' 중에 단 2명(홍준표 경남도지사, 이완구 전 국무총리)만 기소하기로 한 검찰이 리스트 바깥에서는 야권 거물급을 포함한 3명을 기소할 가능성이 커져 수사 형평성 논란이 일 전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 씨는 24일 오전 비공개로 서울 서초동 고등검찰청사에 출석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특별수사팀은 건평 씨가 지난 2007년 말 이뤄진 특별사면을 앞두고 경남기업 관계자들로부터 사면 관련 청탁을 받았으며, 2008년 이후 그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이 건평 씨에게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알선수재'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청탁 시점을 기준으로는 공소시효가 지난해 만료됐지만, 금품이 오간 시점이 2008년 이후이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아직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수사팀의 입장이다.
건평 씨를 소환한 것도 단순히 수사 마무리 단계에서 남은 의혹을 털어내는 수순이 아니라 기소를 염두에 둔 절차인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관계자는 "돈을 받은 시점부터 범죄가 성립되기 때문에 청탁 시점은 2007년이어도, 2008년 이후 돈을 받았다면 공소시효 적용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수사팀은 리스트 8인 중 김기춘,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성 전 회장이 남긴 음성과 메모가 있고, 돈을 건넸다는 시기도 구체적이었지만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 등으로 서면조사를 하는데 그쳤다.
뿐만 아니라 성완종 전 회장이 남긴 메모에는 "유정복 인천시장 3억, 부산시장 2억"이라는 내용이 있지만 유 시장과 서병수 부산시장은 소환대상에서 제외됐다. 70일이 넘는 수사 기간 중 검찰에 소환된 사람은 3명에 불과했고 그 중 2명만 기소하기로 했다.
그런데 건평 씨에 대해서는 청탁과 금품수수의 시점이 상당히 차이가 나는 진술을 가지고도 기소로 연결하려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어 수사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건평 씨는 "경남기업 관계자들이 사면 관련 부탁을 하러 찾아왔지만 단호하게 거절했다"며 알선수재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와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도 기소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금품수수 시점도 상당히 구체화돼 가고 있다.
검찰은 김 전 대표가 2013년 당대표 경선에 출마할 당시 성 전 회장측으로부터 수천만원의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관련자들을 진술을 확보했다.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도 2012년 총선 당시 2천만원을 수수했다고 보고, 주변 수사를 벌이고 있다.
수사팀은 야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세 사람의 형사처벌을 위한 절차를 단계별로 밟아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이 형평성 논란을 미리 감안하고도 소환을 결정했을 것이다"며 "통상적으로 그 정도 정치적 인물을 소환한다는 의미는 기소가 가능할 만큼의 범죄 정황을 확보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같은 수사팀의 행보는 지금까지 리스트 속 인물들의 수사 방식이나 강도와 상당히 대비되는 것이어서 형평성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