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법 민사2부는 24일 양금덕(84) 할머니 등 근로정신대 피해자 4명과 유족 1명 등 5명이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미쯔비시측이 5억 6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양 할머니 등은 태평양 전쟁 말기인 1944년 5월 일본인 교장의 회유로 미쓰비시 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로 동원돼 임금 한 푼 받지 못하고 중노동을 했다.
재판부는 "일본 정부의 식민통치와 식민지 교육 상황에서 13~14세에 불과한 어린 학생들이 강제로 동원돼 열악한 조건에서 위험한 노동을 강요받았으며 자유를 침해받고 인권이 유린됐다"며 미쓰비시 측 책임을 인정했다.
미쓰비시 측은 한국법원에 관할권이 없다거나 과거의 미쓰비시 중공업과 현재의 미쓰비시 중공업이 다르다, 1965년 한일협정에 따라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됐다. 또 일본법원에서 진행된 동일 소송에서 원고 패소 확정 판결이 나왔다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같은 판결에 대한 미쯔비시측은 시간끌기를 통해 배상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지난 2013년 1심에서 배상 판결이 나왔지만 미쯔비시 측은 항소를 제기하며 시간을 끌어왔다.
지난해 9월 항소심 재판부가 피해자들이 80대 고령인 점을 감안해 미쓰비시 측에 ‘조정’을 통한 해결을 제의했지만 미쯔비시 측은 이마저 거부했다.
미쯔비시 측은 또다시 대법원 상고를 통해 시간 벌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자들 대부분이 80이 넘은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참으로 글로벌 기업 답지 않은 졸열한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과거 강제징용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은 법리적 논리를 떠나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인도적 차원에서 당연히 이뤄져야 할 사안이다.
식민지배하에서 근로정신대로 끌려간 어린 여성들의 문제는 형법상 미성연자 약취 유인, 불법 감금과 강제노역 등에 반인륜적 범죄에 해당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금 한일관계의 개선을 적극적으로 희망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2일 일본대사관 주최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리셉션에서 축사를 통해 지금까지 50년간의 우호, 협력, 발전의 역사를 돌이켜보고, 앞으로의 50년을 내다보며 함께 손잡고 일·한 양국의 새 시대를 만들어나가자고 말했다.
한일관계의 개선과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한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해서는 위안부와 근로정신대를 비롯해 과거 일본의 식민지배로 고통을 받은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진정성있는 사과와 배상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독일 정부는 나찌가 저지른 유태인 학살 등 전쟁범죄에 대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반성하고 사죄하는 것은 물론 1952년부터 지금까지 국가별 배상과는 별도로 독일군에 붙잡혔던 포로들이나 점령지에 이뤄진 강제수탈에 대한 배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일관계가 진정으로 미래지향적인 선린우호관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바로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본 정부나 미쯔비시 중공업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일본 정부나 미쯔비시측은 근로정신대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
정부 역시 고령의 피해자들이 살아생전에 그나마 배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일본 기업 측의 상고 포기와 즉각적인 배상이 이뤄지도록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