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내 비노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최재성 사무총장을 철회하지 않고 관철시켰다.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의 거부에 따른 22일과 23일 오전의 냉각기에도 불구하고 최재성 사무총장을 밀어붙였다.
이종걸 원내대표의 추천 대상이었던 우윤근, 노영민, 김동철 의원의 고사에 따른 '고육지책'의 결정이라지만 문 대표 심중엔 오래 전부터 최재성 사무총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무총장은 내년 총선 공천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자리로 당직자 중에서 가장 핵심인 자리다.
문재인 대표 등 친노계가 사무총장을 비노 측 인사를 임명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공천 관련 권한을 그들에게 내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새정치연합 내 비노 측 의원들은 지난 2012년 한명숙 대표 등 친노 지도부와 공천심사위원들로부터 공천의 불이익을 당했다는 일종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고 결사적으로 반발하는 것은 이런 좋지 않은 경험과 무관치 않다고 말한다.
문재인 대표가 친노 계파 수장으로 남느냐, 아니면 통합의 상징으로 남느냐의 판가름이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 문제였는데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사무총장을 제외한 전략홍보본부장엔 안규백 의원을, 수석사무부총장엔 김관영 의원을, 대변인엔 박광온 의원을 임명했다. 중간 당직 인선에서는 탕평의 냄새를 풍겼다.
이종걸 대표는 23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불공정이 쌓이면 당은 계속 패배하는 것이고 소멸되는 것이며 불공정 패권주의로 당이 쪼개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문재인 당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특히 친노이거나 486운동권 출신이 아닌 의원들은 거의 대부분 당을 깨자는 것이냐며 부글부글한다. 그러면서도 드러내놓고 비판을 삼가고 있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불이익(?)을 두려워해서다.
박지원 의원은 "당을 쪼개자는 분당론자들에게 신당 창당의 명분을 주는 인사"라고, 박영선 의원은 "당의 에너지를 흩어지게 한 인선으로 문 대표의 리더십이 삐걱거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전 의원도 "여전히 분열의 미몽 속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태를 보였다"며 "심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이 혼란 속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당 주류 측(친노계)는 최재성 사무총장 외에 대안이 있느냐고 항변한다.
김현 의원은 "최재성 사무총장의 경우 일부에서 오해를 받고 있으나 대변인과 지방선거기획단장을 할 때 보니 일을 아주 잘 하고 균형감도 있더라"고 환영했다.
정세균 의원은 "내가 최 총장을 추천한 것은 아니지만 아주 일을 잘 하는 사람으로 괜찮은 인사로 보며 문 대표가 담대하게 인선한 것으로 본다"고 호평했다.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 같은 중도계 의원들은 아예 말문을 닫았다.
김현미 의원은 "친노와 비노 사이에서 많은 중재 노력을 했으나 성과가 없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사실 이종걸 원내대표가 비노 측의 대표 주자답게 전면에 서서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을 반대했으나 친노의 벽에 부딪쳐 좌절했다.
비노계가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을 심히 못마땅해 할지라도 당장은 정면 승부를 펼치는 등의 큰 일이 벌어지진 않을 것이다.
비노계가 친노계에 대항할 만한 세력을, 힘을 비축하지 못했으며 따라서 당장 당을 깨자는 등의 원심력이 강하지도 않다.
단지 친노의 독주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정도의 반발 기류다.
당 밖 두세 군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을 쪼개 새로운 야당을 창당하자는 움직임이 있으나 당장 배를 띄울 만큼의 동력이 없다.
신당 창당의 인적, 물적 토대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야권발 신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천정배 의원도 이를 인정한다.
특히 오는 10월 재보선 때까지는 별 일이 없는 것처럼 흘러갈 공산이 있다.
최고위원직 복귀 요청을 거부한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의원은 24일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10월 재보선 결과가 상당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의원은 당 내 분란과 관련해 "10월 달 재보선 결과가 나타날 때까지 호남 민심을 잡지 못하면 우리 당은 상당한 혼란 속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오는 10월 29일 호남(광주 동구와 전북 익산시 등)의 2~3곳 기초단체장 보궐선거에서도 패배한다면 신당 창당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당이 극심한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 갈 것이라는 얘기다.
이때쯤이면 당 혁신위원회 활동도 마친다.
'당의 미래'와 직결되는 시점은 10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