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에 사는 A씨의 주변 지인들만해도 이같은 국제결혼 커플이 10쌍이 넘는다. 또 '국제결혼 커뮤니티' 회원인 20대 남성은 현지에서 일하다 베트남 여성과 연애결혼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처럼 직장 생활을 하는 도시 총각들은 왜 베트남 신부를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일까?
함성필씨(40. 결혼 5년차)는 친한 형인 A씨가 베트남 여성과 결혼 하겠다고 할 때 심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A씨가 잘 사는 모습을 보자 함 씨도 마음이 바뀌었다.
오랫동안 한국인 여자 친구를 사귀기도 했지만, 대부분 시부모님을 모시고 전업주부로 살길 원하진 않았다. 얼른 손주를 보고 싶다는 부모님의 재촉에 함 씨도 베트남으로 향했다.
◇ "현지로 맞선보러 가는 거나 같아요. 여자를 사고파는 게 아니고요"
'매매혼'이라는 단어에 함씨는 손사레를 쳤다.
함씨에게 베트남 국제결혼은 가정을 꾸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다. 베트남에서 여성들을 마주할 때도 무조건 어린 여자보단 자신과 소통할 수 있는 여자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베트남어를 배웠다. 아내와 소통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불편한 점도 있었다.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탓에 공적인 일처리는 모두 함께 해야 했다. 또한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도 아내가 병원에 갔다고 하면 일을 멈추고 나가야했다.
부모님과 아내의 의사소통도 되지 않아 고초가 컸다. 지금은 아내가 어느 정도 말을 할 수 있어서 나아진 형편이다.
그렇다면 아내에게 한국어를 사용하게하고 싶었던 적 없냐는 질문에, 함씨는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베트남어로 대화하는 것을 그만둘 생각은 없다고 대답했다.
베트남 여성들도 이제 농촌보다는 도시 남자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한다.
함 씨의 아내 응으웬티이옌씨(36)는 처음 남편 손을 만졌을 때 여자 손처럼 부드러웠다고 회상했다. 한국에 와서 농사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가장 좋았다고 한다.
응으웬티이옌씨는 의정부에서 생활하면서 자신과 같은 선택을 한 여성들을 많이 만났다. 그 중에는 자신과 같은 동네에서 온 친구도 있었다. 이들은 주 1~2회 정도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으로 발전했다.
“인터넷 국제결혼 커뮤니티를 보다보면 베트남 여자들이 어떤지, 착한지 물어보는 질문들이 많아요. 이게 진짜 이상한 물음입니다. 사람마다 다 다른건데.” 라며 베트남 여자라고 하나로 정의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함씨는 말했다.
한국 여성이 모두 다 다르듯, 베트남도 마찬가지다. 함씨는 언론에서 자극적인 기사들이 베트남 국제결혼에 대한 선입견을 만든다며, 일반적인 결혼과 마찬가지로 '사람과 사람의 만남'으로 봐주길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