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찬(삼성)은 최근 몇 년간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 세 차례나 10승을 거뒀지만, 선발 투수라고 명함을 내밀기엔 부족했다. 하지만 올해는 13경기에 모두 선발 등판해 4승3패 평균자책저 4.54를 기록했다. 붙박이 선발이었다.
다만 최근 2경기에서 흔들린 것이 아쉬웠다. 10일 한화전에서 6이닝 6실점 패전 투수가 됐고, 17일 두산전에서는 5이닝(4⅔이닝 4실점)도 버티지 못했다.
하지만 23일 롯데전은 달랐다.
차우찬은 6이닝 동안 탈삼진 8개를 솎아내며 1실점으로 롯데 타선을 틀어막았다. 6회말 황재균에게 맞은 솔로 홈런이 유일한 실점이었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4.32까지 끌어내렸다.
사실 앞선 2경기도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연타를 맞는 경우는 드물었다. 다만 주자가 모인 상황에서 홈런을 맞으면서 실점이 늘어났다.
하지만 롯데전에서는 위기를 잘 넘겼다. 2회말 1사 만루에서는 문규현을 투수 앞 병살타로 유도했고, 3회말 무사 2루에서는 이후 세 타자를 모두 범타로 처리했다. 홈런을 제외하면 완벽한 투구였다. 결국 컨디션의 문제가 아니라 위기 관리 능력의 문제였다.
차우찬은 "계속 안 좋았다기보다는 주자가 쌓였을 때 홈런을 하나씩 맞았다. 그러다보니 점수를 많이 내줬지만, 연타는 별로 안 맞았다"면서 "오늘은 1회부터 점수를 많이 뽑아 볼 배합에 여유가 있었다. 현재 페이스는 좋다"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 4월 사직 3연전을 롯데에게 모두 내줬다. 알프레도 피가로, 장원삼, 윤성환이 차례로 무너졌다. 삼성 선발에게는 악몽의 장소. 하지만 차우찬에게 롯데는 좋은 기억이다. 지난 4일 포항에서 7이닝 2실점 승리 투수가 됐기 때문.
차우찬은 "사직에서 삼성 선발이 부진했다는데 내가 던진 게 아니니까 상관 없었다. 롯데 타선이 침체됐고, 포항에서의 좋은 기억을 가지고 던졌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차우찬이 매긴 선발 차우찬의 점수는 몇 점일까.
차우찬은 "대량 실점을 제외하면 평균자책점도 만족한다. 70점 정도는 될 것 같다"면서 "오늘을 계기로 반등을 하고 싶다. 10승은 기본적으로 해야 한다. 자신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