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성모 "5월말 코호트격리 요청"…정부가 '묵살 논란'

병원장 "규정에 없다며 환자 옮기란 대답만"…당국 입장 표명 '주목'

국내 메르스 '1차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이 지난달말 정부에 먼저 코호트 격리를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와 파문이 일 전망이다.

평택성모병원 이기병 원장은 22일 한 의료 전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보건당국에 코호트 격리를 제안했으나 '규정에 없으니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병원을 통째로 격리시키는 코호트 격리를 통해 감염 확산을 막으려고 했으나, 당국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원장이 당국에 코호트 격리를 제안한 시점은 지난달말로, 평택성모병원에서 10명 안팎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시점이다.


평택성모병원에서는 지금까지 36명이 메르스에 감염됐고, 이곳에서 감염된 14번(35) 환자 등은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병원으로 흩어져 초유의 전파 사태를 낳았다.

당국은 최초 환자(68)가 지난달 20일 확진을 받은 직후에도 "세계적으로 3차 감염은 없으니 안심하라"며 "환자와 밀접 접촉한 의료진 등 10여 명만 격리 조치하면 된다"고 했다는 게 이 원장의 증언이다.

이 원장은 또 "당국이 '메르스'라는 단어를 쓰지 말라고도 했다"고 전했다. 결국 평택성모병원은 메르스 사태가 확산되자 지난달 29일 자진 휴원에 들어갔다.

만약 평택성모병원의 코호트 격리가 일찌감치 이뤄졌다면, 메르스 확산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훨씬 줄어들었을 것임은 물론이다. 당국은 지난 2일에야 대전 건양대병원에 최초로 코호트 격리 조치를 내렸다.

당국은 23일 오전 예정된 정례브리핑에서 이 원장의 증언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대 오판에 대한 비판은 불가피하게 됐고, 한국 정부와 보건 당국이 메르스 사태에서 잘 대처했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평가 역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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