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위기' 하베스트, 국민연금 동원 사실로

CBS노컷뉴스 지난 3월 보도에 오리발… 국정조사 피하려고 날짜 연기

한국석유공사가 4조 5,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캐나다의 하베스트가 부도(default)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정부는 다음달 안에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동원해 1,700억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애초 국민연금 동원 논란에 대해 부인한 바 있다. [노컷뉴스 3월30일자 '1조 손실 하베스트 뒷처리에 국민연금 동원' 기사 참조]

지난 3월 6일 캐나다의 하베스트가 모회사인 석유공사에 보낸 '하베스트 유동성 현안보고 및 지원요청' 공문을 보면, 하베스트는 영업이익(EBITDA)의 대폭 감소로 인해 CIBC 등 채권은행들과 맺은 여신 약정을 지키지 못해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다며 긴급히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이로부터 보름뒤인 3월 19일 석유공사는 이사회를 열어 하베스트에 대한 약 1조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서주기로 결의했다.

특히 석유공사는 국민 노후보장을 위한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농협, 행정공제회 등을 동원해 다음달 중에 약 1,700억 원을 하베스트에 투자하기로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익표 의원은 "공적연금 개혁을 외치던 박근혜 정부가 연금의 효율적 운용을 외면한 채 부실이 불보듯 뻔한 하베스트에 국민의 혈세인 연기금을 동원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며 "밑 빠진 독에 물 붇기"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와 관련한 CBS노컷뉴스 보도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공기업의 부실 자산 매각에 국민연금 동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했었다.

하지만 정부는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과정에서 이 문제가 부각되자 투자 시기를 미루는 꼼수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공사는 "정치적 이유로 인해 투자 건이 언론에 노출되고 있다"며 "투자 경영진이 자원외교 국정조사 기간을 피해 내부승인 추진 및 현지실사 일정 등 전체 일정 조정을 요청했다"고 내부 문서를 통해 밝혔다.

이에 따라 투자 시점은 올 3월에서 7월로 미뤄졌다.

석유공사가 이런 단기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을 마련했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혈세가 투입돼야 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홍의원은 "석유공사의 단기 자금 부족이 연말까지 약 5,200억에 달하고 있어, 이번 석유공사의 지원도 눈앞의 부도 위기를 넘기는데 불과하다"면서 "지난 자원개발 국정조사에 출석한 서문규 석유공사 사장이 하베스트 인수 후 손실이 발생한 날(NARL)의 매각을 완료해 향후 재무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했던 게 결국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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