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숨을 일 아냐, 신경숙이 직접 해명해야"

작가 신경숙 씨. (출판사 창비 홈페이지 캡처)


- 신경숙이 표절했다고 생각
- 일부분 표현만 문제 되는 것이 아니라
- 소설의 주제/구성 표절혐의도 부인할 수 없어
- 창비, 여론에 밀려 2차 해명한 것으로 보여
- 신경숙씨 대응, 적절한 처신 아냐
- 초기 작품엔 감동있었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 각종 담론 생산했던 창비도 초심으로 돌아가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5년 6월 19일 (금) 오후 6시 10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최재봉 기자 (한겨레신문)


◇ 정관용> 소설가 신경숙 씨의 표절논란, 처음에는 부인했던 창비출판사가 어제 저녁엔 대표 명의로 ‘신중하게 판단하지 못한 점 사과한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급기야 사기와 업무방해혐의로 신경숙 작가가 고발까지 당했고요. 여론의 포화는 더욱 거세진 상황인데, 문학담당기자로 오랫동안 문단을 취재하고 지켜봐오셨죠, 한겨레신문 최재봉 기자가 연결합니다. 최 기자님, 나와 계시죠?

◆ 최재봉>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표절입니까?

◆ 최재봉>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은 합니다.

◇ 정관용> 미시마 유키오, 어떤 작가인가요?

◆ 최재봉> 이분은 사실 일본의 유명한 작가죠. 1925년생이고 1970년에 사망했는데요, 할복자살을 한 거거든요. 아마도 교토여행을 가시면 금각사라고 하는 금빛 칠이 된 유명한 절 다녀오신 분들이 많을 텐데 금각사라는 장편소설로 더 잘 알려진 작가입니다. 그 작품의 경우에는 대단히 찬미주의라고 할까? 유미주의적인 그런 작품인데, 이 미시마 유키오가 1970년에 할복자살을 하면서 외친 구호들이 있어요. 요지는 자위대를 강화하고 가령 일본의 군사행동을 제압하고 있는 미일안보조약을 개정하라, 헌법도 개정하라, 이런 취지인데 요즘 일본에서 헌법 제9조라고 하는 평화조문을 개정하려고 하는 움직임들이 있지 않습니까? 말하자면 그런 움직임에 있어 선구적인 사람이고 그런 점에서 아주 극우적인 그런 인물인 거죠.

◇ 정관용> 극우성향의 작가?

◆ 최재봉> 그렇죠.

◇ 정관용> 그런데 지금 신경숙 작가의 <전설>이라고 하는 단편과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이라고 하는 단편의 한 부분이 문제가 되는 거죠.

◆ 최재봉> 그렇죠.

◇ 정관용> 그런데 이 전설이라는 단편과 우국이라는 단편이 전체 줄거리라든지 플롯(plot)이라든지 이게 유사하다, 이런 건 아닌 거죠?

◆ 최재봉> 그렇지 않은 게 아니고요. 지금 일단 문제가 되는 것은 소설가 이응준 씨가.

◇ 정관용> 고발하신 분이죠, 이번에?

◆ 최재봉> 네, 처음에 제기를 한 분인데 두 소설에서 비슷한 문장을 나열한 거죠. 우국의 문장 한 대목 그리고 전설의 문장 한 대목. 그 두 문장 사이에 유사성이 우선 1차적으로 표절혐의를 쓰고 있는 것이기는 한데, 그것만이 아니라 이 두 소설의 뭐랄까. 어떤 주제랄까, 구성 이런 데서도 표절혐의를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 정관용> 아, 그렇습니까?

◆ 최재봉> 그런 점에서 좀더 본격적인 문제제기가 가능하다라는 거죠.

◇ 정관용> 주제와 구성이 어떤데요?

◆ 최재봉> 가령 두 소설의 문장들이 어떻게 닮았는지는 아마 검색을 해보시면 금방 확인하실 수 있을 텐데요. 이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은 이게 1936년에 있었던 일본 청년장교들의 친위쿠데타 시도를 배경으로 한, 그걸 소재로 삼은 작품입니다. 그 주인공인 젊은 장교는 천황주의자고 천황이 좀더 실질적인 권력을 가져야 한다라는 그런 우익적인, 극우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고 동료들과 함께 그런 취지로 쿠데타를 계획을 한 거예요. 그랬는데 친구들이 너는 신혼이니까 빠져라 해서 빠진 사람입니다. 그런데 동료들이 그 쿠데타를 일단 시행을 했고 사흘 뒤에 결국 다 이렇게... 뭐랄까. 실패로 돌아가고 체포되고 처형당하고 이런 일이 벌어진 이후에 이 사람이 친구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스스로 할복의식을 치르는 그런 이야기인데요. 이 신경숙 씨 단편 전설은 역시 신혼인 젊은 장교, 한국의 장교죠.

◇ 정관용> 여기도 장교예요?

◆ 최재봉> 그렇습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배경이고 친구들은 다 전쟁에 자원해서 나가는데 이 사람은 신혼이라는 이유로 친구들이 나오지 말고 빠지라고 해서 이렇게 빠져 있는 상태였어요.

◇ 정관용> 아이고, 네.

◆ 최재봉> 그런 상태에서 말하자면 비슷한 묘사들이 나오고 결국은 나도 친구들의 뒤를 따라가겠다, 라고 해서 전쟁터로 가고 결국 소식이 끊기고 아마 이제 죽었을 것으로 짐작이 되는 이런 이야기가 거의 똑같다라는 거죠.

◇ 정관용> 너무 비슷하네요.

◆ 최재봉> 그렇습니다.

◇ 정관용> 신경숙 씨가 이것을 쓴 것은 96년 맞습니까?

◆ 최재봉> 이 작품이 그렇습니다. 발표된 것은 그 무렵이죠. 또 미시마 유키오는 36년에 있었던 일을 60년대에 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정관용> 아, 60년대? 그런데 그게 국내에 소개된 건 김후란 시인의 번역으로 1983년에 번역이 돼서 나왔지 않습니까?

◆ 최재봉> 아마 그게 처음인지는 모르겠는데 지금 이제 알려진 것은 그 버전이죠.

◇ 정관용> 그런데 지금 아마도 문제가 되는 표현 등등을 보면 번역하신 분의 문학적 표현도 다 들어가 있는 것 아닌가요?

◆ 최재봉> 그렇다고 합니다. 저는 이제 일본어를 정확히는 모르기 때문에 좀 아는 분들이 설명한 것을 보면 김후란 선생이 시인이시니까 시인 나름의 한국어 감각을 가지고 일본어를 자기 나름으로 옮기셨는데 그렇게 변형된 번역, 표현이 신경숙 씨 소설에 거의 비슷하게 나타난다는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 번역본을 가지고 그 주제, 구성, 표현까지가 표절로 의심된다, 한 마디로?

◆ 최재봉> 그렇습니다. 물론 그 이야기는 아주 똑같지는 않습니다.

◇ 정관용> 그래도요. 설명 말씀 들어보니까 청취자 분도 판단하실 것 같은데 그런데 처음에 창비출판사는 아니라고 했어요.

◆ 최재봉>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랬다가 입장을 바꾸었습니다. 이거 어떻게 보세요?

◆ 최재봉> 17일에 창비문학출판부에서 1차 보도자료를 냈죠. 신경숙 씨의 딸 분 해명을 앞세우고 또 그에 대해서 ‘창비문학출판부에서 판단하기에 이 작품을 비교해본 결과 표절이라고 보긴 어렵다’ 이런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그 보도자료가 나온 뒤에 그에 대해서 아주 반발이 심하다 보니까 대표이사 명의로 뒤늦게 다시 18일 저녁 무렵에 ‘1차 보도자료가 좀 성급한 판단이었다’라는 식의 수정하는 사과하면서 1차 보도자료를 부인하는 그런 게 보도자료가 나왔는데 여론에 밀린 이후 그런 결과가 아닌가 저는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창비가 처음에는 왜 부인했을까요?

◆ 최재봉> 그것이 사실은 이 문제의 중요한 지점인데요. 신경숙이라고 하는 작가는 문학적으로도 의미 있는 작가이고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그 상품가치랄까 상업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작가입니다. 잘 아시는 엄마를 부탁해 같은 작품은 창비에서 나온 작품이었고 정말 엄청나게 국내에서 팔렸고 아마도 어마어마한 수익을 출판사에 가져다줬을 텐데 아마 그런 점을 고려해서 신경숙 씨를 가능한 한 좀 감싸고 옹호해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신경숙 씨는 ‘해당 작품을 알지 못한다. 나를 믿어주시길 바랄 뿐 대응하지 않겠다’ 이거 어떻게 보세요?

◆ 최재봉> 이제 그거에 대해서도 지금 많은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적절한 처신은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말하자면 출판사 뒤로 숨어서 출판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워서 자신은 당사자가 아닌 것처럼 이렇게 빠지려고 하는 그런 모양새인데 핵심은 신경숙 씨 자신이거든요. 자신이 그 작품을 어떻게 썼는지 우국이라는 작품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고 한마디로 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남들이 보기에는 분명한데 왜 어떻게 해서 알지 못한다라고 하는 발언이 나온 것인지 이런 얘기를 직접 나서서 해명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우리 최 기자께서는 ‘권력의 달콤함에 작가와 출판사가 초심을 잃은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셨던데, 무슨 뜻인지 한 번만 풀어주시면?

◆ 최재봉> 작가도 신경숙 씨도 역량 있는 작가고요. 저도 그분의 작품을 많이 읽었고 기사도 많이 썼죠, 긍정적인 기사들. 초기에 좋은 작품들을 감동 깊게 읽은 바가 있고요. 아마도 처음 문학을 시작했을 때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에 그 문학을 대하는 태도는 지금과는 좀 달랐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대단히 신중하고 정말 문학 이외에 다른 것은 돌아보지 않으려는 그런 마음이 있을 거라고 보고 또 창비는 창비 나름대로 사실은 창비가 내년에 창작과 비평이라고 하는 잡지가 창간된 지 딱 50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 50년, 반세기의 이력, 경력을 갖추어오면서 처음 출발할 때 창비의 태도라는 것은 얼마나 순수했겠어요, 우리 사회에서 어떤 비판적인 그 담론을 이렇게 생산하고 유통시켰다, 또 문학적으로도 창비 나름의 말하자면 리얼리즘이라든가 훨씬 참여적인 이런 식의 출발할 때의 마음이 있었을 텐데 지금 보이는 작가와 출판사의 그 모습은 출발할 때의 그 모습에서 많이 멀어져 있는 것 같다라는 거죠. 그 출발할 때의 마음을 한번 돌아보았으면 하는 그런 생각으로 쓴 표현입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창비 측은 뒤늦게나마 ‘후속조치 마련하겠다, 내부시스템 재점검 하겠다’ 이렇게 했는데 신경숙 작가 개인적으로 잘 아시잖아요?

◆ 최재봉> 그렇죠.

◇ 정관용> 한 마디 하신다면요?

◆ 최재봉> 아까도 말씀드렸습니다만 본인의 문제고 1차적으로는 본인이 나와서 당당하게 해명하고 의문에 답하고 그럴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뒤로 숨을 것이 아니고요.

◇ 정관용> 안타깝네요, 안타깝네요. 고맙습니다.

◆ 최재봉>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한겨레신문 최재봉 선임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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