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준상, 평범한 이 남자의 '갑질' 체험기

배우 유준상. (나무엑터스 제공)
"한정호가 붕괴될 때 견딜 수가 없더라고요".

평범한 아빠, 열정적인 뮤지션 그리고 천상 배우. 모두 유준상을 칭하는 말이다.

그런 그는 약 4개월 간 '갑' 중의 '갑'이 되어 살아야 했다.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대형 로펌 대표 한정호 역을 맡으면서 그의 '갑' 생활은 시작됐다.

처음, 유준상은 한정호의 대사에 강하게 이끌림을 느꼈다.

"대사가 주옥 같았어요. 한정호도 비리를 저지르는 악의 축 중 한 명이었는데, 나쁜 사람이 남을 꾸짖는 대사들이 와닿았었어요."

꼭 한정호 역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단다.

"원래 정치 등의 분야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안판석 PD님과 우리나라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팟캐스트 라디오 같은 것들을 들으면서 인지하고 있었고, 각종 신문을 보면서 느낌을 잊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는 속물적인 한정호의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우리나라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경고의 장치라고 생각해요. 한정호는 아이나 다름없어요. 그 나이에 겪을 만한 일들을 겪으면서 세상을 살아온 사람이 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것과, 그런 것 하나 없이 부와 명예만을 위해 달려온 사람이 그렇게 하는 것.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닐까요?"

그렇지만 '그' 한정호가 붕괴될수록 실제 자신도 점점 더 힘들어졌다.


"이 사람(한정호)이 자꾸 호감을 얻게 되니까 붕괴시키는 장치가 불륜이었죠. 그럼에도 인물이 붕괴가 되지 않더라고요. 그런 분들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을까요? 연기를 하는 건데 한정호가 붕괴되는 상황을 못 견디겠더라고요. 너무 괴롭고 힘들었어요. 그래서 PD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그것이 위로가 됐습니다. 한정호를 통해 전달할 이야기가 많으니까 마음을 다잡게 됐어요."

배우 유준상. (나무엑터스 제공)
촬영하는 동안, 유준상은 '갑'의 입장에서 행동했다. 한정호로 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갑질'에 익숙해지기 보다는 현장에 가면 뒷짐을 지게 돼요. 들어가면 다들 고개를 숙이니까, 어느 순간부터 극 중 상황에 몰입하는 거죠. 인사를 받지 않은 적도 있어요. 상황들이 그렇게 만들어지더라고요."

홀로 촬영장 근처를 걸으며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던 시간도 있었다. 그만큼 한정호 역할은 그에게 많은 고뇌와 외로움을 안겨줬지만 유준상은 끝까지 그것을 견뎌냈다.

"저는 사실 계속 힘들었어요. 어떤 연기를 해야 할지…. 배우들끼리도 극 중의 '갑'과 '을'이 실제로 파가 나눠지기도 했어요. 재밌는 풍경이었죠."

결국 마지막 촬영에서는 눈물을 쏟았다.

"마지막 장면의 대본은 '한정호가 혼자 남는다' 이것 하나였어요. '걸어도 걸어도 그 자리에 서 있는 한정호'. 그게 벌이라고 대본에는 그렇게 써있었죠. PD님이 제 방으로 들어갔다 다시 나와서 가고 싶은 곳에 가라고 했습니다. 그걸 마지막으로 하고 끝낼 거라고 하셨어요. 아기 방으로 들어가는데 눈물이 많이 났습니다. 눈물 흘리면서 다시 제 방으로 왔는데 유호정 씨가 '여보 이제 그만 나와요'라고 하더라고요. 나갔더니 팀들이 다 철수를 한 상태였어요."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 것은, 이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알리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제게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했어요. 불편해 하시는 시청자들도 있었죠. 불편하지만 좀 더 많은 시청자들이 봐주시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갑자기 외면받아서 그냥 끝나면 어떡하지, 이런 고민도 했고요. 이런 이야기는 좀 더 알려서 사람들이 공감을 해주면 좋을 것 같았거든요. 한정호를 너무 믿지 말고, 이 인물을 통해서 다양한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한정호의 여파는 아직까지 그에게 남아 있다. 뉴스나 라디오를 들으면서 한숨이 늘어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제가 상위 1%였기 때문에 자꾸 한정호 입장에서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청문회나 이런 장면들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되나 생각하고 한정호가 돼서 넋두리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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