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미운 지하철 정보안내...정보는 '먹통' 광고는 '쌩쌩'

일부 환승역 열차정보안내시스템 고장 방치로 승객 불편

# 4월의 어느 날 학교 가는 길. '이번 지하철을 타야지만 지각을 면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지옥철에 겨우 몸을 밀어 넣었다. 문제는 환승역이었다.

이수(총신대입구)역은 환승통로가 길어 무빙워크를 타고 에스컬레이터를 타도 족히 10여분이 걸린다.

그때 기특한 역할을 하는 것이 환승 구간에 설치된 지하철 열차정보안내시스템이다. 다음 열차가 오는 데 까지 꽤 많이 걸린다면 잠깐 숨을 돌리며 천천히 가도 될 것이고, 곧 진입할 것 같으면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마음이 급했지만 환승통로에 있던 모니터는 시스템 점검중 이라는 자막만 떠있을 뿐 지하철 정보는 먹통이었다.


서두른다고 했지만 승강장으로 들어서자 열차는 문이 닫히고 있었다.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한 치밀한 계산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


간발의 차로 열차를 놓치고 6분 가량 다음 열차를 기다려야 했을 때 문득 궁금했다.

열차안내시스템의 경우 지하철 도착 안내와 광고로 나눠져있는데, 광고 화면은 잘 나오는 반면 유독 지하철 정보 안내는 먹통일때가 종종 있었다.

이수역 뿐 아니라 평소 자주 이용하는 철산역(4월 20일)과 고속터미널역(4월 14일)에서도 그랬다.

위쪽부터 이수역(4월 21일), 철산역(4월 20일), 고속터미널역(4월 14일)의 고장난 열차정보시스템

왜 매번 광고는 잘 나오는데 지하철 도착 안내 정보 시스템만 고장나는 것일까?

서울메트로 관련 부서에 전화를 했다.

광고와 열차 정보 시스템이 분리돼 있는데 LCD 고장으로 열차정보화면이 작동되지 않을 경우 고장나지 않은 광고 시스템에 열차정보를 우선적으로 내보내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래도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 왜 다른 역의 고장난 시스템에서는 여전히 광고만 나오는 것일까?

이에 대해 서울메트로의 또다른 관계자는 "LCD 모니터가 고장났을 경우에는 광고 모니터에 열차 정보가 나타나도록 할 수 있지만, 다른 부품이 고장났을 경우에는 설치된 산업용 컴퓨터의 프로그램 호환이 어려워 화면 전환이 안된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2014년부터 기술 지원이 중단된 윈도우 XP 체제를 계속 사용하기 때문에 관리하기가 힘든 점도 있다"고 말했다.

4호선 이촌역의 지하철 정보시스템. 원래 광고가 나오던 왼쪽 모니터에 광고 대신 열차정보가 표출되고 있다. 른쪽 모니터에는 ‘조금 늦더라도 제대로 고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6월 5일 촬영)

결국 이수역의 지하철 정보시스템은 고장난 채로 1개월이 넘게 방치돼 있었다. 자주 찾는 철산역과 고속터미널역의 정보시스템도 상당기간 고쳐지지 않았었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가 연계해 환승통로가 긴 이수역, 고속터미널역, 영등포구청역 등에 열차정보시스템을 설치한 것은 2013년 7월부터다

덕분에 시민들은 빠르고 쉽게 환승을 할 수 있었지만 시스템 고장을 이유로 먹통 상태가 장기간 방치된다면 무용지물. 열차정보 운영시스템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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