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87년 민주화 이래 현재까지 역대 대통령의 재의요구(거부권 행사)가 제기된 법안은 총 14건이다. 이 가운데 절반은 국회 재의가 실시됐으며 6개 법안은 부결(폐기), 1개 법안은 가결(공포)돼 재의시 가결률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7건의 법안은 재의 대신, 여야가 대체입법을 통해 해당 법안을 폐기했거나 할 예정이다.
재의에 부치든, 대체입법을 하든 국회가 청와대의 거부권 뒤처리를 하는 데에는 최단 3일에서 최장 3년이 걸렸다.
결국 국회도 택시법 재의결은 포기하고 정부가 대체입법으로 제출한 '택시운송사업 발전을 위한 지원법 제정안'을 처리했다.
이에 따라 택시법은 사실상 폐기됐지만, 재의로 부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법률적으로는 여전히 계류 상태에 있다. 이 법안은 19대 국회가 임기를 마치는 내년 5월 29일 공식 폐기된다. 폐기일은 거부권 행사 시점으로부터 1222일인, 3년 4개월 6일이 지난 날이다.
1989년 3월 25일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동시 행사한 '노동쟁의조정법 중개정안' 등 3개 법안도 뒤처리가 3년 넘게 걸렸다. 이들 법안도 13대 국회가 끝난 1992년 5월 29일 자동 폐기됐으며, 폐기까지 1161일(3년 2개월 4일)이 소요됐다.
'최단 법안'은 1988년 7월 15일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2개로 3일만에 재의에 부쳐져 모두 부결됐다.
정부는 이들 법안에 담긴 국회의 '구인권'이 위헌이라고 주장했고, 국회는 추후 입법 과정에서 이를 '출석요구권'으로 완화했다.
아울러 노무현정부 때인 2003년 7월 15일 거부된 '대북송금 특별검사법안', 2003년 11월 25일 국회로 되돌아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안'도 각각 8일과 9일만에 신속 처리됐다. 대북송금 특검법안은 재의에서 부결됐으나, 측근비리 특검법안은 유일하게 '재의 가결'됐다.
정권별로는 노태우정권 때 7건으로 가장 많은 법안 거부권 행사가 발생했고, 노무현정권 때(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포함) 6건, 이명박정권 때 1건으로 나타났다.
거부권 행사는 '여소야대' 정국이나 대통령 임기말 등 청와대 권력이 취약했던 때 몰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민정·민주·공화 3당합당(1990년) 이후 발동된 바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전인 16대 국회 때 거부권을 많이 행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