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통째로 격리됐던 순창군 순창읍 장덕마을의 51가구 주민 102명이 메르스 잠복기가 끝남에 따라 14일 만에 자유를 찾은 것이다.
"격리 생활하면서 죄지으면 절대 안 되겠다. 감옥에 들어가면 절대로 안 되겠다는 걸 깨달았죠."
"이제 논밭으로, 일상생활로 돌아가야죠.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좋죠."
격리가 해제되자 일부 주민들은 여유를 찾은 듯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2주간의 고립된 생활을 견뎌내고, 그동안 추가 발병자 없이 메르스를 극복한 주민들은 자신들의 고통은 뒤로 한 채 먼저 감사함을 전했다.
주민 양희철(42) 씨는 "물품 주신 분들하고, 자원봉사 하신 분이나 의료진들 정말 애썼다"며 "마을에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가 계신데 진료 뿐 아니라 음식까지 가져다주는 걸 보면서 천사라고 생각했다"고 고마워했다.
그러나 이 마을에 사는 메르스 확진환자 강모(72) 할머니의 죽음은 가슴 속 무거운 짐으로 남았다.
장덕마을 노인회장 오병조(81) 씨는 "이 마을에서 태어나 팔십 평생을 살면서 동고동락한 이웃이 죽었는데 문상도 못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며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두고두고 가슴 아파할 일이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조만간 유족들과 함께 마을에서 강 할머니의 노제를 지내자는 의견을 모으고 있다.
주민 한재상(42) 씨는 "이번 사태 때문에 죄인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죄인이 무슨 물건을 팔까하는 자괴감도 들었다"며 "이제 격리도 해제됐으니 순창군 농산물이 우리 마을 때문에 팔리지 않는 일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나직하게 말했다.
장덕마을을 찾은 황숙주 순창군수는 "정말 힘들었을 텐데 어려움을 이겨 낸 주민들이 너무 고맙다"며 "장덕마을 주민과 순창군 자가격리자 모두에 대해 조만간 무료 건강검진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박헌수 순창경찰서장도 "정말 착한 분들이 너무 큰 고생을 했다"며 "마을 입구에 고맙고, 축하한다는 플래카드를 걸 생각이다"고 말했다.
격리는 해제됐지만 전라북도 보건당국은 앞으로 닷새간 주민들을 자체관리하고, 숨진 강 할머니와 밀접하게 접촉한 14명에 대해서는 집중관리를 할 방침이다.
격리가 끝난 19일 장덕마을의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이 마을에 사는 학생 12명은 2주 만의 정상 등교에 나서고, 주민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