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한 전철 안 돼' LG-KIA, 외국인 특별 보호령

'우리는 달라요' LG 새 외국인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오른쪽)가 18일 KIA와 홈 경기에서 KBO 리그 데뷔 홈런을 쏘아올리고 있다. 왼쪽 사진은 KIA 브렛 필이 대타로 나와 동점 적시타를 날린 뒤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잠실=LG, KIA)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KIA전이 열린 18일 잠실구장. 경기 전 양 팀 사령탑은 외국인 타자에 대해 특별 보호령을 내리며 살뜰한 관심을 과시했다.

먼저 양상문 LG 감독은 새 외국인 선수 루이스 히메네스(28)에 대해 "4번 지명타자로 나선다"고 말했다. 전날 한국 무대 데뷔전에 이어 이날도 수비에서는 빠지는 것이다. 양 감독은 "입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차 적응도 그렇고 혹시 부상이 올 수도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히메네스는 지난 14일 미국에서 입국했고, 3일 만인 17일 KIA전에 출전했다. 데뷔전에서 4타수 2안타 1득점, 팀 승리에 일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히메네스는 "수비도 OK"라고 했지만 일단 LG 벤치는 조심스러웠다. 양 감독은 "내일부터 3루수로 쓸 계획이지만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그럴 만했다. LG는 잭 한나한(35)의 교훈이 있다. 메이저리거 경력의 한나한은 스프링캠프 때 종아리 부상을 당했고, 이후 완전치 않은 몸으로 출전했다가 허리 부상까지 도졌다. 결국 한나한은 히메네스와 교체돼 한국을 떠나야 했다.

공교롭게도 한나한은 이날 경기 전 고별 기자회견을 자청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LG로서는 같은 전철을 밟을 수는 없었다.

이는 KIA도 마찬가지였다. 한나한 같은 경우는 없었지만 애지중지해야 할 팀내 홈런(10개), 타점(48개) 1위 브렛 필(31)이었다. 김기태 KIA 감독은 "필이 오늘 선발에서 빠진다"고 말했다.

전날 필은 상대 투구에 왼 손목을 맞아 경기 후반 교체됐다. 김 감독은 "큰 부상은 아니지만 타격감도 좋지 않아 휴식 차원에서 뺐다"고 밝혔다. 다만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대타로 나갈 수는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좋은 기억 고마워요' LG 전 내야수 한나한이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고별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잠실=LG)
양 팀 감독들의 살뜰한 배려 때문이었을까. 양 팀 외국인 타자들은 특별 보호령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

먼저 타격에만 전념한 히메네스가 매섭게 방망이를 돌렸다. 히메네스는 0-0으로 팽팽히 맞선 6회 2사에서 상대 선발 서재응으로부터 통렬한 1점 홈런을 터뜨렸다.

2볼에서 가운데 높게 몰린 시속 127km 포크볼을 통타,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0의 균형을 깬 비거리 125m 솔로포였다. 이전까지 서재응에게 삼진 5개를 당하며 4안타 1볼넷 무득점으로 답답했던 LG 타선의 숨통을 틔웠다.

그러자 필이 곧바로 맞불을 놨다. 필은 0-1로 뒤진 7회 2사 1, 2루에서 대타로 나섰다. 상대 필승 불펜 정찬헌을 상대로 우중간 안타를 뽑아내 1-1 동점을 만들었다. 앞서 무사 1, 2루에서 번트 실패로 가라앉았던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두 팀 외국인 선수의 용호상박 활약 속에 승리는 LG의 몫이었다. LG는 1-1로 맞선 7회 1사 1, 2루에서 대타 정성훈의 1타점 결승타와 이어진 2사 1, 3루에서 터진 오지환의 3루타, 상대 송구 실책 등을 묶어 대거 4득점했다.

LG는 8, 9회 1점씩을 내줬으나 5-3으로 이기며 위닝시리즈를 만들었다. 특히 히메네스 합류 뒤 2연승을 달리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히메네스는 사실상 승부가 갈린 9회 수비 때 3루수로 투입되며 몸을 풀었다.

KIA는 9회 신종길의 2루타, 김주찬의 적시타로 마지막 추격에 나섰지만 믿었던 필이 병살타를 치며 땅을 쳤다. 이범호가 8회 4경기 연속 2루타로 통산 1300안타(39번째) 고지를 밟았지만 팀 연패로 빛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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