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부터 사흘간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수퍼전파자'로 불리는 14번째 환자와 함께 치료를 받았던 A(52·여)씨는 자가격리에서 해제되자마자 집앞에 있는 수거함에 쓰레기로 가득찬 종량제 봉투를 내놨다.
A씨는 CBS노컷뉴스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자가격리 기간에 사용했던 마스크와 가래를 뱉은 휴지 등을 종량제 봉투에 넣어 한꺼번에 버렸다"고 말했다.
A씨는 "특히 가래를 많이 뱉어내 휴지가 많다"며 "보건소 등에서 이런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라고 얘기해 준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말기암 환자인 A씨는 병원에서 실시한 1차 검사에서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14번째 환자와 맞은편 침상을 사용하고 같은 화장실을 이용하는 등 감염 가능성이 커 경기도에 있는 자택에 격리됐다.
A씨는 질병관리본부나 지역 보건소로부터 자가격리 기간 사용한 마스크 등 의약품과 타액이 묻은 휴지 등을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라는 지침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상황은 현재 자가격리가 진행중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6일 손을 다친 아이를 업고 서울 강동구 경희대병원 응급실에 갔다가 76번째 환자에게 노출된 B(30·여)씨는 바로 다음날부터 자가격리됐다.
B씨는 함께 자가격리 중인 아이의 상처를 소독하기 위해 보건소로부터 소독약과 거즈 등의 의료용품을 받았지만 이를 사용한 후 특별한 조치 없이 마스크 등과 함께 휴지통에 넣어뒀다.
B씨 역시 "보건당국으로부터 폐기물에 관한 지침을 전혀 받지 못했다"며 "보건소로부터 지급해준 체온계만 수거하러 온다는 소리만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소 관계자는 "마스크 등을 수거해야할 지에 대해 고민한 적은 있었다"면서도 "지자체에 확인해본 결과 자가격리자들이 사용한 물품을 일반 쓰레기로 분류해도 된다는 얘기를 들어 지침을 따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메르스 확진자가 늘어나는 만큼 병원뿐 아니라 자가격리자들이 사용한 의료용품 등에도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익중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과 교수는 "자가격리자들 중에서 새로운 환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방역 당국이 대처하기 전에 이들이 사용한 휴지 등을 통해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배출되면 이를 접촉한 청소 근로자들이 전염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대한감염학회 홍보이사) 역시 "자가격리자들이 사용한 마스크 등의 의료품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당국이 지침을 제시해야한다"며 "특히 이들 중에서 메르스 의심 증상이 나타난 사람이 있다면 이들이 사용했던 폐기물은 따로 포장한 뒤 보건소에서 수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당국이 공기 중 전염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잠복기 이후에도 확진자가 속출하고 감염경로가 불투명한 환자도 나오는 만큼 지역전파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자가격리자들의 의료용품과 폐기물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된다는 지적이다.
이세걸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도 "자가격리자들 중에서 확진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이들이 사용한 물품에 대해서는 당국이 회수해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