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의 '신경숙 구하기'에 거센 비판 '쇄도'

출판사 창비가 '표절 의혹'에 휩싸인 소설가 신경숙을 적극 옹호하고 나서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창비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신경숙의 소설집 '오래전 집을 떠날 때'(1996)에 실린 단편소설 '전설'과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1983)은 유사성을 비교하기가 아주 어렵다"면서 "표절로 판단할 근거가 약하다"고 주장했다.


창비는 우선 두 작품이 유사한 점이라곤 신혼부부가 등장한다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창비는 "선남선녀의 결혼과 신혼 때 벌어질 수 있는, 성애에 눈뜨는 장면 묘사는 일상적인 소재인데다가 작품 전체를 좌우할 독창적인 묘사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창비는 특히 "문장 자체나 앞뒤 맥락을 고려해 굳이 따진다면 오히려 신경숙 작가의 음악과 결부된 묘사가 더 비교 우위에 있다고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또 "인용 장면들은 두 작품 공히 전체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따라서 해당 장면의 몇몇 문장에서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를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창비는 그러면서 "표절시비에서 다투게 되는 ‘포괄적 비문헌적 유사성’이나 ‘부분적 문헌적 유사성’을 가지고 따지더라고 표절로 판단할 근거가 약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같은 창비의 주장에 대해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표현이 유사하더라도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으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논리는 지나치게 자의적인 해석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창비가 내 인내심을 허물어뜨렸다. 창비 입장이라는 건 우주적 궤변"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신경숙의 음악과 결부된 묘사가 더 비교 우위에 있다'는 문장은 창비의 답변 중 제일 역겨운 것"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명원 문학평론가는 "창비의 주장은 (출판사에 커다란 수익을 안겨 주는) 신경숙이라는 대형 작가를 감싸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이해한다"면서도 "상당히 실망스러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소설가 장강명도 SNS를 통해 "이게 표절이 아니라면, 한국 소설은 앞으로 짜깁기로 말라죽게 될 것입니다. 젊은 소설가들이 창비에 항의해야 합니다."라며 창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신경숙의 표절 의혹을 제기한 시인 겸 소설가 이응준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신경숙과 창비의 성명서에 대한 나, 이응준의 대답'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기어이 반성하지 못하는 문단이 너무도 치욕스러워 그저 죄스러울 뿐이다"라고 밝혔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