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대한민국 카드 결제시스템 시장에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자들에 휘둘리지 말고 완전한 IC카드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신한은행 카드 복제 사건 발생…금융당국·금융권 '미봉책'만
신한은행 측은 "사고 발생 후 ATM 전수 조사를 실시한다"며 "복제 사건이 발생한 것과 같은 기종의 기기들에 대해서는 모두 거래를 중지시켰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고는 관리 주체인 은행의 과실이 있는 만큼 사고로 발생한 금액에 대해서는 은행 측이 전액 배상하기로 했다.
이번 신한은행 카드 복제 사건이 터지자, 금융당국과 농협, KB국민은행 등 타 은행들도 부랴부랴 카드복제 방지 대응에 나섰다. 금감원의 권고사항에 따라 카드투입구를 돌출형으로 교체를 하거나 불법복제 방지스틱을 부착하기로 한 것이다. ATM 거래시 화면에 '카드 복제기'에 대한 경고 문구를 안내하겠다는 대책도 내놨다.
그러나 올해 2월과 4월에 이미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서도 ATM을 이용한 카드 복제 사고가 발생했고, 매년 비슷한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대응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보안전문가 "국내 IC카드는 변종…완벽한 IC칩 구현 환경이 필요"
최근 발급된 대부분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는 IC칩이 내장된 카드지만 뒷면에 마그네틱을 부착해 발급되고 있는 '마그네틱+IC 겸용카드'다. 무늬만 'IC카드'라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신용카드 불법도용 및 복제를 막기 위해 기존 마그네틱카드에서 IC카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재차 밝히고 있다. 하지만 결제시스템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IC카드의 실효성은 담보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대부분의 일반 음식점과 커피숍 등 카드 가맹점은 카드 마그네틱선을 이용해 결제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IC칩이 내장된 카드라고 하더라도 카드 사용처에서는 마그네틱선을 통한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보안 전문가는 "IC카드에 내장된 IC칩은 외부에서 정보를 넘겨주면 '맞다, 틀리다'만을 확인해서 넘겨주기 때문에 카드복제에 안전한 카드"라며 "IC카드 환경이 구축되면 카드 복제는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IC카드라고 하더라도 마그네틱선이 있는 카드는 카드 복제 위험에 언제든지 노출될 수 있다"면서 "무늬만 IC카드 발행을 없애고 제대로 된 IC카드 사용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카드 결제 시장에 얽혀있는 이해관계 실타래 풀기가 선행돼야"
이처럼 완전한 IC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면 이해 관계에 있는 당사자들의 비용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은행은 기존 ATM기가 IC카드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기기 하드웨어를 교체하거나, 내부 소프트웨어를 IC칩을 통한 거래만 이뤄질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카드사들 역시 자사 카드를 발급받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IC카드 재발급을 진행해야 한다. 관련 시스템 재정비도 수반된다. 결국 추가 비용 발생은 필연적이다.
가장 저항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벤(van)사들이다. 벤사는 단말기를 식당 등에 임대·관리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업체들이다. IC카드 결제시스템이 확립되려면 결국 벤사들이 임대 및 관리해주고 있는 기존 마그네틱 결제시스템 단말기를 모두 IC카드 결제단말기로 교체해야 한다.
보안업체 한 관계자는 "이들이 단말기 교체에 따른 비용 부담을 감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도 "금융 당국과 시중은행은 지난 3월부터 재발방지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 중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며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용어설명
IC카드란 마그네틱카드의 단점인 보안성을 강화한 카드다. 스마트카드(smart card)라고도 불리는데, 일반적인 신용카드와 동일한 재질과 사이즈인 플라스틱 카드의 표면에 자체 연산 기능이 있는 프로세스와 운영체제, 저장영역이 내장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