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서부 워싱턴 주 스포캔 시의 레이첼 돌레잘(37)은 15일(현지시간) "내가 지부장직에서 한발 비켜서 부지부장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게 인종·사회적 정의나 NAACP의 대의명분에 부합한다"며 지부장직에서 전격으로 사퇴했다.
그러나 그녀는 16일 NBC방송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당신인 흑인인가"라는 질문에 "나는 흑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정체성을 흑인으로 규정했다. 돌레잘은 얼굴을 태우고 모발을 염색해 외관상 흑인처럼 보이지만 생물학적으로는 백인이다.
그러면서 "얼굴을 살구색이 아닌 갈색 크레용으로 그렸던 다섯살 때부터 내 자신을 흑인이라고 생각했다"며 과거 자신을 두고 '혼혈'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그것을 정정하는 것은 "더욱 복잡한 문제였기 때문에" 고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돌레잘은 "내 이야기가 인종에 관한 더 큰 대화로 이어지기를 원한다"며 "이 논의는 정말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며, 인종과 민족, 문화, 자기 결정, 정체성, 궁극적으로 권력론의 핵심에 닿기를 희망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흑인 행세를 한 돌레잘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이번 사건이 논쟁적인 인종 이슈를 촉발시켰다고 지적했다. '인종은 정확히 무엇이고, 심지어 인종이라는 게 존재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미국에서는 흑인이 백인처럼 행세한 오랜 역사가 있었지만 돌레잘의 경우는 그 반대이며, 이번 사건은 미국인이 그 반대의 현상을 설명하는 언어에 합의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돌레잘의 입양된 흑인 동생인 자크 돌레잘은 언론 인터뷰에서 "돌레잘이 한 나쁜 일은 자신이 흑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는 것처럼 행동한 일"이라고 말했다. 생물학적 흑인만이 흑인이라는 얘기이다.
특히 미 언론은 돌레잘이 현지 경찰 옴부즈맨 위원회의 여성 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제출한 이력서에 자신을 '흑인'이라고 밝히는 등 흑인 행세를 한 점을 들어 그녀가 위선적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출강하는 동워싱턴대학 아프리카 연구프로그램의 강의를 들은 재클린 아처(23)는 WP에 "그녀의 인종이 무엇이건 확실한 것은 돌레잘이 내 교육에, 흑인 여성으로서의 내 이미지에 확실히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라며 돌레잘을 옹호했다.
까미유 기어 리치 USC 로스쿨 교수는 CNN 기고에서 성별을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좋든 싫든 우리는 인종도 선택할 수 있는 시대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돌레잘이 백인으로서 NAACP의 지도적 역할을 따낼 수도 있었겠지만, 흑인이어야 자신의 활동이 더욱 객관적 평가를 받을 것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녀가 흑인의 인생을 살기로 한 선택을 존중한다"며 "그녀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들조차 미국에서 흑인으로서 살아가는 게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