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손흥민, 그래도 숨길 수 없는 ‘에이스’ 본능

답답했던 경기 속 유일했던 '희망'

손흥민은 소속팀에서 한 시즌을 마친 뒤 대표팀에 소집된 탓에 기대만큼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데드볼 상황에서 위력적인 모습은 여전했다.(자료사진=대한축구협회)
지쳐도 손흥민(레버쿠젠)은 '희망'이었다.

손흥민은 16일(한국시각)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얀마와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1차전에서 풀타임 활약하며 1골 1도움으로 한국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에 해외파 공격수 가운데 유일하게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경기 초반부터 다소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달 23일까지 소속 팀 일정을 소화하고 귀국해 대표팀에 합류한 탓에 지난 11일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와 평가전도 전반 45분만을 소화하고 교체됐다.

하지만 손흥민은 ‘에이스’의 자존심을 잃지 않았다. 전반 12분 김창수(가시와 레이솔)가 힘겹게 살려 골문으로 올린 크로스를 상대 골키퍼가 쳐내자 이 공을 오른발 논스톱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정확한 타이밍을 노려 찬 강력한 슈팅은 골대를 막고 섰던 미얀마 수비수의 몸에 막혀 선제골로 마무리되지 못했다. 하지만 워낙 강력했던 슈팅에 이 공을 막았던 상대 수비는 잠시 호흡곤란을 호소했다.

손흥민은 전반 35분 답답했던 0의 흐름을 깨는 이재성(전북)의 헤딩 선제골을 이끄는 프리킥을 선보였다. 대표팀 전담 키커인 기성용(스완지 시티)이 무릎 수술의 영향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가운데 손흥민은 슈틸리케 감독이 맡긴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손흥민은 코너킥을 하기 전 동료들과 약속한 대로 상대 골문 가까이 공을 찼고, 이재성이 달려들어 머리로 받아 넣었다.

후반 들어서도 손흥민은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에 시달리는 가운데 후반 22분에 프리킥 상황에서 강력한 슈팅으로 추가골의 주인공까지 됐다. 염기훈(수원)이 프리킥을 찰 것으로 예상됐던 위치에서 손흥민은 빠르고 강력한 무회전 프리킥으로 상대 수비는 물론, 골키퍼까지도 무력화시켰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힘찬 첫걸음에 나선 '슈틸리케호'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두 차례 빛난 손흥민의 발끝은 '슈틸리케호'의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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