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행사 이후 유승민의 선택은?

복잡한 '경우의 수', 재의결 강행도 회피도 정치적 부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윤창원기자)
자구 수정이 이뤄진 국회법 개정안(정의화 중재안)에 대해서도 청와대의 '거부권 엄포'는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가 결국 거부권 행사를 강행하는 경우 새누리당은 뒤처리 과정에서 재차 혼란을 겪게 된다. 원내지도부는 친박계와의 내부갈등 및 야당과의 경쟁에서 다양한 경우를 따져야 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6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딱 한 글자 고쳤던데, 우리 입장 달라진 게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로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이후 다른 입장을 낸 바 없다. 이에 따라 거부권 행사가 가시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가 법안을 돌려보냈을 때 국회가 처리한 방식은 2가지였다. 본회의를 다시 열고 재의에 부쳐 법안의 가부를 결정하든가, 해당 법안을 방치·폐기하고 대체 입법으로 우회하는 것이다. '87년 체제' 수립 이후 현재까지 거부당한 법안은 총 14건으로, 이 가운데 7건은 결국 재의에 부쳐지지 않았다.

87년 민주화 이후 '거부권 행사' 사례
향후 '재의 정국'에서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다. 그의 선택에 따라 여야의 대치가 펼쳐지거나, '친박 대 비박'의 여당 계파갈등 정국으로 향배가 정해진다. 유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재의요구를 하는 경우, 의원총회를 거쳐서 재의 여부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위헌 논란이 불거진 법은 19대 국회 회기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시켜야 한다"는 게 친박계의 생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원내대표가 이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당내 갈등은 무마시킬 수 있다.

다만 "여당이 재의결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본다"(이종걸 원내대표)던 새정치민주연합과의 관계가 틀어지게 된다. 그동안의 전례를 따라 대체입법을 추진한다고 해도 청와대나 야당 어느 쪽으로부터도 동의를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이쪽 항로를 정하는 경우 끊임없이 자신을 '불신임'해온 청와대와 친박계에 굴복하는 모양새가 된다는 점도 유 원내대표에게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에 따라 표결 참여 쪽으로 결정하되 찬반 당론을 정하지 않는 자유투표로 방침을 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찬성 당론을 정하는 경우 야당에 경도된 인상을 남기고, 반대의 경우는 입법을 주도한 자신의 행보를 스스로 부정하는 게 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유 원내대표가 재의 표결 참여를 유도하는 경우, 청와대를 향한 '공개적 반항'이라고 공격당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일단 재의가 결정된 뒤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쪽은 친박계가 된다. 법안은 지난달 29일 무려 211명의 찬성으로 가결된 바 있고, 재의 표대결이 '친박계 대 나머지' 구도로 짜이는 경우 친박계가 불리하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 범 야권 의석은 135석 정도로, 여당의원 70명 정도만 찬성에 동조해도 법안은 가결된다. 법안 재의는 재적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 단순 비교는 무리지만 지난 2월 원내대표 경선 때 유 원내대표는 84표를 얻었고, 19표라는 압도적 표차로 친박계 후보를 눌렀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국의 향배가 어떻게 되든 궁극적으로는 유 원내대표가 상처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의 다른 관계자는 "재의가 성사되는 경우 가결되면 당내 분열을 피하기 어렵고, 부결이면 '대등한 당청관계' 구현이 좌절된 게 된다"며 "청와대나 친박계의 이해와 상관없이 유 원내대표는 부담을 안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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