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치운다고, 똑같이 취급받아선 안되잖아요"

[쓰레기 비리 기획 ⑦] 각종 부조리에 숨 죽이고 있는 현장 청소부들 이야기

부산CBS는 비리와 특혜로 얼룩진 부산지역 생활폐기물 처리 실태를 열 차례에 걸쳐 집중 보도한다. 일곱 번째 순서로 매일 밤 쓰레기와 사투를 벌이면서도 청소대행업체의 불합리한 행태에 숨 죽여야만하는 현장 청소부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부산 남구의 한 초등학교 옆 도로가 재활용 쓰레기 분류를 위한 임시 작업장으로 변했다. (부산CBS/박중석 기자)
이달 초 늦은 오후 부산 남구의 한 초등학교 옆 도로위. 도로 한 쪽 방향 2개 차로를 모두 막아 놓고 인근 주택가에서 수거한 재활용 쓰레기 분류 작업이 한창이다.


신호등 없는 도로 위에 마련된 임시 작업장의 등장에 속력을 내며 달려오던 차량이 경적을 울리며 청소부들 옆을 지나친다.

사고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하던 김모(52)씨는 "음주운전하는 사람들이 제일 겁이난다"며 "차가 작업장으로 그대로 돌진하는 경우도 가끔씩 있다"고 말했다.

비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며 새벽까지 이어지는 위험한 일보다 더욱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자괴감이다.

주위에 화장실이 없어 남녀 할 것 없이 골목 사이사이에 숨어 볼일을 봐야 한다. 이모(47·여)씨는 "비가 오는 것은 그나마 나은 데, 바람이 불면 쓰레기가 날아다녀서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며 "볼일은 주변 골목에 들어가서 보고 나온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나마, 작업을 소화할 수 있는 적정 인력을 배치해주는 경우는 다행이다.

구청과의 용역 계약서에 업체 대표나 간부의 친인척 이름을 올려 놓고 실제 현장에 내보내지 않는 일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청소대행업체 현장 청소부 한모(50)씨는 "대표 사촌동생을 현장 인력으로 배치해놓고 실제 현장에 내보내지 않는다"며 "작업량을 소화하지 못해 12시간 넘게 분리수거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작업자들은 자신의 임금을 떼어 일일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벽시간 도로 위에서 이루어지는 작업 탓에 늘상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일부 청소업체의 경우 산업재해 처리를 받기 위해서는 일을 그만 둘 각오를 해야한다.

청소차량 운전원인 최모(48)씨는 "같이 일을 하던 동료가 작업 중에 허리를 다쳐서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회사에서 산재처리를 해줄 테니 퇴사를 하라는 문자가 왔다"며 "말 그대로 파리 목숨이다"고 말했다.

구청으로부터 받은 용역비 중 현장 인력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직접 노무비가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사실은 업계 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현장에서 만난 청소부들은 무엇보다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 자신들이 받고 있는 이 모든 불합리한 행태에 대해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현실을 가장 힘들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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