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손발 묶겠다" 금융사 가격‧수수료 당국 개입 안 해

법적 근거 없는 규제 모두 정비…가격·수수료 등 경영판단사항 개입 금지

임종룡 금융위원장 (윤창원 기자)
금융당국이 비공식적 행정지도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금융사의 가격과 수수료, 경영판단사항 등에 대한 개입도 엄격하게 통제하기로 했다.

금융규제는 규제 목적을 기준으로 4가지로 유형화하고 시장질서와 소비자보호에 관련된 규제는 강화하거나 정교과하고 과도한 건전성 규제는 국제 기준에 맞게 정비, 영업행위 규제는 폐지 또는 완화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제1차 금융규제개혁 추진회의에서 금융규제개혁작업단(단장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을 구성해 이런 방향의 규제 개혁을 연내 마무리한다는 목표로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우선 규제 전체를 전수조사하고 이를 시장질서와 소비자보호, 건전성, 영업행위 등 4가지로 유형화한 뒤 규제 특성을 고려한 규제개선 원칙을 정하기로 했다.


법령과 규정, 세칙, 행정지도, 모범규준, 협회자율규제 등 모든 금융규제는 4가지로 나누고 지배구조와 소유규제, 내부자거래, 공시 등 시장질서나 비교공시, 설명의무 등 소비자보호 관련 규제는 강화 또는 정교화하기로 했다.

자본적정성과 자산건전성 등 금융권에서 '과도한 건전성 규제'로 꼽는 일부 규제는 국제기준에 맞게 정비하고 수수료와 상품개발 등 영업행위 관련 규제는 폐지하거나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모든 사전적 규제는 사후적 규제로 개선하고, 포지티브 규제는 네커티브 방식으로, 업권별 규제수준을 맞춰 겨쟁을 촉진, 금융사고 등으로 일시적으로 강화된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등 7가지 규제합리화 기준을 적용해 규제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지난 4월 2일부터 6주동안 현장검검반에 접수된 796건 과제에 대해서도 검토를 통해 규제 개선의 동력으로 삼기로 했다. 현장점검반을 통해 접수된 과제중 자산유동화증권 위험가중치 개선 등 390건이 수용됐고, 금융지주그룹의 겸직제도 개선과 자회사 승인 기준 완화 등 218건의 규제가 개선 검토 중이다.

법적 근거 없는 규제도 모두 정비하기로 했다. '금융기관 업무위탁 규정'처럼 법적근거가 없는 규제에 대해선 일괄 폐지하거나 필요하면 법적 근거를 두기로 했다.

'그림자 규제'에 해당하는 비공식적 행정지도 관행도 없애기로 했다. 등록된 행정지도 현황을 분기마다 공지하고 미등록 행정지도는 효력이 없고 제제사유도 아니라는 점을 금융권에 적극적으로 알리기로 했다.

이밖에 인허가 승인시 법에 없는 절차운영 등을 요구하거나 구두.공문지도 등 비공식적 행정지도를 통한 당국의 사전 개입 등 비공식적 행정지도를 막기 위한 외부기관의 정기적인 실태 점검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위 자체규제심사위원회에 금융규제 옴부즈맨을 추가하고 기존 규제를 개정할 때마다 일몰 설정을 의무화

금융 분야에 '규제비용 총량제'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각 규제가 발생시키는 비용을 측정한 뒤 새로운 규제가 신설될 경우 전체 규제 비용이 늘어나지 않도록 다른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 전체 규제 비용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금융규제 운영규정'을 마련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지켜야할 원칙과 절차를 규정하고 위반시 적절히 조치하도록 할 방침이다.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할때 금융권의 의견을 청취하고 규제비용을 분석하고, 비공식적 행정지도는 원척적으로 폐지, 금융당국의 가격.수수료, 경영판단사항 등에 대한 개입을 통제하는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손병두 금융정책국장은 "우리의 손발을 스스로 묶겠다는 의미"라며 "앞으로 금융당국이 금융사에 대해 가격 규제 등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문서화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근거없는 과도한 금융사의 보고.자료 제출을 제한하고 매년 9월을 '금융규제정비의 달'로 운영하는가 하면 옴부즈만 제도를 신설, 운영하는 내용도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임종룡 위원장은 "진정한 금융개혁 완수를 위해 금융개혁의 절반이자 핵심과제인 금융개혁과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며 "이번 규제개혁은 금융규제 큰 틀의 전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금융회사 영업활동을 필요한 범위 내에서 간접적으로 규제 함으로써 금융사가 스스로 리스크 관리역량과 책임을 키워나가도록 할 것"이라며 "다만 이 과정에서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해지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에 대한 감독 또한 보다 철저히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은행연합회는 "혼연일체의 리더십이 금융위, 금감원의 중간 간부에도 정착돼야 한다"며 당국 직원에 대한 평가제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금융투자협회는 "글로벌 위기 이후 훼손된 자본시장법 제정 본연의 정신(포괄주의, 원칙중심 감독)을 복원해야 한다"고, 여신금융협회는 "금융사고 후 남은 일부 과도한 모범규준 등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각각 말했다.
저축은행협회는 업계의 자율적 결정사항을 명확히 하고 사후보고로 대체할 것을, 신협중앙회는 업권별 규제 차등화와 동일업무-동일규제를 각각 제안했다.

규제개혁작업단은 은행·지주, 보험, 중소금융, 금융투자 등 4개 분과로 나뉘어 활동한다. 외환규제의 경우 기획재정부가 같은 방식으로 추진하게 된다.

금융위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일괄 법률개정 방식으로 연내에 입법안을 마련해 내년 상반기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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