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14일(한국시각) 캐나다 몬트리올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 여자 월드컵’ 조별예선 E조 2차전에서 2-2로 승부를 내지 못했다.
E조 최강으로 분류됐던 브라질과 조별예선 첫 경기에 아쉽게 패한 한국(18위)은 세계랭킹에서 E조 4팀 가운데 가장 약체인 코스타리카(34위)를 월드컵 사상 첫 승의 제물로 삼았다. 하지만 후반 44분에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고 아쉬운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무조건 승리를 목표로 경기 초반부터 공세를 펼친 한국은 전반 17분 만에 선제골을 내주고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른 시간에 코스타리카에 내준 선제골은 한국의 공격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이 됐다. 특히 전반 21분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의 페널티킥 동점골에 이어 25분 전가을(인천 현대제철)의 역전골까지 5분 사이에 2골을 몰아치는 무서운 집중력을 선보였다.
상대 골키퍼의 움직임을 보고 완벽하게 골대 반대편으로 차는 지소연의 영리한 슈팅도 인상적이었지만 김혜리(인천 현대제철)와 강유미(화천 KSPO), 전가을이 합작한 결승골이 단연 돋보였다. 비록 '윤덕여호'의 승리는 무산됐어도 이들이 만든 '작품'은 이 경기에서 터진 4골 가운데 가장 기억에 뚜렷하게 남을 장면이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열린 출정식에서 그간의 설움을 털어놓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전가을은 자신의 생애 첫 월드컵에서 짜릿한 골 맛을 보며 자신의 능력을 확실하게 입증했다. 앞서 수차례 선방으로 한국의 필드골을 완벽하게 봉쇄했던 코스타리카의 골키퍼 디니아 디아스(UD 모라이바)도 남자 선수들도 만들기 어려운 기막힌 득점 장면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이 대회 전까지 A매치 67경기에서 32골을 넣으며 지소연 못지않은 무시 못 할 존재감을 과시했던 전가을은 69번째 A매치에서 33번째 골을 넣고 윤덕여 감독과 기쁨을 나눴다. 이들의 모습은 마치 2002년 월드컵에서 포르투갈과 조별예선 3차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 안겼던 박지성은 연상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