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2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의 협의와 관련해 “상당한 진전(considerable progress)이 이뤄졌고 협상의 마지막 단계(final stage)에 와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위안부 문제 등과 관련, 그간 엄격한 원칙론을 펴왔다는 점에 비춰 매우 긍정적이고도 직접적인 메시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본 측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아사히 신문은 “어떤 인식에서 나온 말인지 모르겠다”는 일본 외무성 관리의 말을 인용했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일본의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란 시각도 있다고 보도했다.
양국의 이런 신경전은 지난 11일 도쿄에서 열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제8차 양국 국장급 협의를 전후해서도 벌어졌다.
일본 언론들은 당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식에 양국 정상이 교차 참석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며 분위기를 띄웠지만 우리 정부는 오히려 제동을 걸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적절한 고위인사의 각 기념행사 참석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국교정상화 기념식에 어떻게든 양측 고위인사가 참석하게 함으로써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 하는 일본과, 그렇게 되면 위안부 문제 해결의 동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는 우리 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기 때문이다.
정부의 전략은 기념식 참석 인사의 급과 일본 측의 ‘성의있는 조치’를 연계,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외교부 내부 기류로 보면, 양국 정상의 교차 참석보다는 윤병세 외교부장관의 일본 방문과 한일 양국장관의 동시 기념식 참석이 현실성 높은 방안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발언처럼 위안부 문제에서 ‘상당한 진전’이 이뤄진다면 양국 정상의 교차 참석 이상의 외교적 이벤트도 충분히 가능하다.
김성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전직 총리 등 양국 원로 정치인이나 경제인들이 서로 방문해 양국 국민들에게 새롭고 긍정적 신호를 주는 방안 등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위안부 문제 등을 둘러싼 양측의 샅바싸움이 좋게 끝날 경우 국교정상화 50주년은 양국관계 정상화의 일대 전기가 되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위안부, 조선인 강제징용 시설을 포함한 일본 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8.15에 즈음한 아베 일본 총리의 담화로 이어지는 한일관계 회복의 첫 매듭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