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감소에 메르스까지… 휘청이는 산업계

외국인 여행객 급감… 항공 예약 취소 관광, 항공산업도 타격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고 있던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는 메르스의 여파로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윤성호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국내 관광을 취소하는 외국인이 급증하는 등 관광·항공업계도 메르스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엔저 심화로 자동차 등 전략산업의 수출이 급감하고 있는데다 메르스가 항공·관광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한국경제가 더 깊은 부진의 늪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인천공항 출입국자 증가세 급격 둔화… "메르스 여파"

12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 메르스 확진 환자 첫 발생 후 일주일(20~25일)간 인천공항 출입국자는 총 86만 8,522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66만 2,452명 대비 31.1%(20만 6,070명) 늘었다. 메르스 확산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았던 시기로 올들어 평상시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아시아나항공 인천발 홍콩행 여객기에 탑승자 1명이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불안감이 커졌다.

이후 6일간(지난달 26~31일) 인천공항 출입국자 수는 79만 9,45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66만 9,552명 대비 19.4%(12만 9,898명) 늘어났다.전주 대비 증가세가 11.7% 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올들어 인천공항은 저비용항공사 이용객 증가 등으로 출입국자 수는 두 자리대 증가세를 보여왔다.인천공항 측은 이같은 증가세 둔화가 메르스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6월 들어 출입국자 증가세는 더 둔화된다.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인천공항 출입국자 수는 총 (119만 1,271명)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117만 8,475명) 대비 1만 2,796명 늘어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 1~5월 인천공항 평균 출입국자수는 전년 대비 17.2% 증가했지만 이달(1~10일) 들어서는 1.09% 증가하는데 그쳤다.

메르스 확산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면서 내국인 출입국자 수와 외국인 수가 줄어든 것으로 인천공항공사 측은 분석했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자료사진)
◇ 양대 국적항공사 8만 여명 예약 취소… "실적 악화 불가피"


메르스 사태는 항공업계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5월말부터 현재까지 8만 여명이 항공권 예약(발권 여객 포함)을 취소했다고 12일 밝혔다.

대한항공은 지난 5월말부터 현재까지 하루 평균 3,600여명이, 아시아나 항공은 3,100여명이 각각 예약을 취소했다.

특히 대한항공은 국제선 탑승률이 5월 중순 80%대 중반에서 5월말 이후 70%대로 떨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5월말부터 이날 현재까지 총 3만 7천여명이 항공여행을 취소했다.

A항공사 관계자는 "메르스가 확산되는 영향을 받아 항공권 예약 취소 건수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며 "성수기를 앞두고 악재가 터져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 외국인 방한 취소 누적 8만명 넘어서… 이번 주말 10만명 돌파 전망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사망자와 3차 감염자가 발생해 전염에 대한 불안감이 퍼진 지난 2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여행객들이 검역소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메르스 사태로 국내 여행을 포기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급증하면서 관광업계도 비상이다.

12일 한국관광공사와 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한국 방문을 취소한 외국인 누적 인원은 8만 4,450명으로 집계됐다.

10일 하루 동안 메르스 여파로 한국 여행을 포기한 외국인 관광객은 1만 6,750명으로 전날보다 24.7%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대만이 5,600명으로 중국(5,400명)을 넘어섰고, 이어 홍콩(3,100명), 일본(1,620명), 동남아(1천명), 미국과 유럽(30명) 등의 순이다.

관광업계는 12일 쯤 한국 방문을 취소한 외국인 누적 인원이 1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메르스 공포증이 계속되면서 외국인 국내 여행 취소 건수는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자동차·조선·철강업종은 여전히 고전… 저성장 덫에 빠지나?

한편 엔저와 유로화 약세가 장기화되면서 자동차와 조선·철강 등 전략업종의 수출은 여전히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지난 1분기 미국 판매량이 6.9% 증가했지만, 미국 시장 점유율은 7.8%에서 7.9%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반면 일본 도요타의 1분기 미국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9.5% 늘어났고, 미국 시장 점유율도 13.9%에서 14.6%로 높아졌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엔저 및 주요 수출국의 환율 문제가 영업이익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1위를 달리던 국내 조선업계도 일본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일본 조선업체들은 엔저 효과를 등에 업고 지난 1월 월간 선박 수주량에서 7년 만에 우리나라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국내 조선업계는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는데 대해 상당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철강업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수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철강업계는 중국의 물량 공세와 일본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 상승을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이처럼 전략산업의 고전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메르스 확산으로 관광과 항공산업까지 타격을 받기 시작하면서 한국경제가 부진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OECD가 전망한 3%보다 낮은 2%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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