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먼저 메르스 속보가 들어와 있는데 확진자가 4명이 추가돼서 126명이 됐다, 126명이 됐다라는…
◆ 김성완> 이게 언제쯤 멈출지 모르겠습니다. 참 걱정이 되네요.
◇ 박재홍> 걱정이네요. 오늘 행간 주제로 넘어가볼까요?
◆ 김성완> 요즘 여야 정치인들이 무척 바쁩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던 병원에 가는가 하면 의사협회를 방문하기도 하고 국밥집에 손주까지 데리고 가서 밥을 먹기도 합니다. 메르스로 부활한 현장정치,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말씀하신 대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손주를 안고 돼지국밥 먹는 장면이 있었잖아요.
◆ 김성완> 맞습니다. 굉장히 저도 인상 깊게 봤는데요. 김무성 대표가 찾아간 돼지국밥집이 부산의 첫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곳이라고 알려져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삼성서울병원을 다녀온 뒤 들러서 저녁식사를 했던 곳이다, 이렇게 알려지면서 손님들이 발길을 뚝 끊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매출이 평소의 10분의 1로 줄었다, 이런 얘기까지 있었는데. 이런 곳에 엊그제 김 대표가 장녀 현진 씨의 손자와 손녀까지 데리고 가서 밥을 먹었습니다. 그런 뒤에 김 대표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는데요. "오늘 딸 아이와 손자, 손녀를 데리고 이곳에 와서 국밥을 먹었는데, 안전에 어떠한 문제도 없다는 점을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린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일상생활을 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김 대표의 현장행보는 어제도 이어졌는데요.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했던 여의도성모병원을 방문을 해서 병원 관계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시라" 이렇게 건넸는데, "이거 안 해도 되지 않겠느냐" 이렇게 얘기를 하면서 마스크 없이 응급실을 둘러봤고요. 체온검사를 할 때만 마스크를 착용했습니다. 김 대표는 "지금 병원에 와도 아무 문제가 없는 거 아니냐" 그러면서 국민 불안을 잠재우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 김성완> 그렇습니다. 문재인 대표는 당내 문제에 발목이 잡혀서 운신의 폭이 넓지는 않았지만 엊그제 대한의사협회를 방문해서 메르스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료인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그러면서 "의료기관의 피해보상 방안을 마련해서 6월 국회에 반드시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 이런 약속을 했습니다. 추무진 의협 회장은 "의료인들의 사기를 진작시켜주신 데 대해서 감사한다" 이런 뜻을 전하기도 했고요. 사실 김 대표 행보에 비하면 문 대표의 행보가 그렇게 주목을 받지 못한 건 사실인 것 같은데요. 서울대 조국 교수가 며칠 전에 페이스북에 아주 흥미로운 글을 올렸습니다. 정치인들의 메르스 대응을 메달 색깔에 비유를 했는데요. '박원순은 금메달, 문재인은 은메달, 남경필은 동메달, 박근혜는 실격' 이렇게 평가를 내렸는데.
◇ 박재홍> 김무성 대표는 평가가 없잖아요.
◆ 김성완> 평가가 없는데 제 생각에는 은메달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 박재홍> 은메달 수상자는 2명이네요, 그러면. 이러면 이제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이렇게 현장행보를 한 적은 많이 있었지 않았습니까?
◆ 김성완> 그렇죠. 많았죠. 가장 가깝게 비유하자면 세월호 참사 때를 비유할 수 있는데. 그때는 너나없이 다 갔던 때였으니까 그건 좀 예외로 치고. 2012년 구미 불산가스 누출 사고 때가 저는 가장 많이 떠오르더라고요. 당시 대선주자들이 경쟁적으로 현장을 방문을 했었는데요. 혹시 누가 가장 먼저 사고현장으로 달려갔는지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누구일 거 같으세요?
◇ 박재홍> 박근혜 후보 아니었나요?
◆ 김성완> 맞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가장 먼저 달려갔습니다. 사고가 난 바로 다음날 현장으로 달려가서 영안실을 찾아서 유가족들을 위로하기도 했습니다. "철저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 이런 약속을 하기도 했고요. 당시 야권 캠프에서는 '아차' 했어요, 사실은. 박근혜 후보가 먼저 달려가니까 야권 후보가 눈에 덜 띄었거든요. 문재인 후보는 이로부터 한 일주일 뒤쯤에 뒤늦게 현장을 방문을 했었고요. 바로 그날 시찰을 두고 안철수 후보가 현장을 방문을 해서 너무 뒤늦은 거 아니냐, 이런 지적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그렇다면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의 모습과 대통령의 모습과는 좀 많이 다르다, 이렇게 평가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김성완> 맞습니다. 굉장히 많이 비교가 되는 게 사실인데요. 제가 굳이 3년 전 불산가스 누출사고의 예를 든 이유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여야 당 대표를 비롯해서 지자체장들의 행보가 자꾸 눈에 띄잖아요, 요즘에. 박원순 서울시장도 마찬가지고. 남경필, 원희룡 이런 지사들의 모습이 자꾸 눈에 보이는데요. 거꾸로 박근혜 대통령의 동선과 움직임은 자꾸 눈에 띄지 않습니다.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 메르스와 관련해서 일정을 소화한 게 단 4건에 불과한데요. 이것도 수석비서관회의, 민관긴급점검회의, 이런 식으로 회의까지 다 끼워서 이 4건 정도가 있는 겁니다. 메르스 때문에 미국 방문 일정도 사실 취소를 했잖아요. 그런데 어제 취소하고 난 직후였는데 (정작 업무는) 장더장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 접견을 한 것, 이것밖에 사실 눈에 띄는 게 없었습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일일이 다 일정을 챙기고 있다, 메르스 관련 현황 등을 계속 점검하고 있다", 이렇게 얘기는 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이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솔직히 우리로서는 알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정치란 뭘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정치는 결국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지 않습니까? 국민이 불안할 때 그 불안을 잠재워주고 다독여주는 게 바로 정치인이 해야 할 몫인데, 박근혜 대통령은 그걸 지금 잘 못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만약에 불산가스 누출 때처럼 신속하게 현장을 방문해서 위로를 했더라면 아마 국민들이 지금처럼 이렇게 불안을 느끼지는 않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아버지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비교가 되는데요. 박 전 대통령 같은 경우에는 모내기철이 되면 모내기 현장으로 달려갔잖아요. 선글라스 끼고. 우리한테 굉장히 익숙한 장면이 있죠? 가서 막걸리 함께 국민들과 마시고 이런 게 바로 현장정치거든요. 그러니까 아버지로부터 사실은 현장정치의 모습들을 많이 배웠을 텐데, 왜 이 시점에서 국가적 재난이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가, 이런 의문을 자꾸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 난세에 영웅이 난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요. 박 대통령이 못하는 모습을 지금 여야 정치인들이 보여주고 있는 거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지금 정치인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향후 더 큰 꿈을 어떻게 꿀 수 있느냐 하는 문제까지도 연결이 되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 박재홍> 그래서 오늘 메르스로 부활한 현장정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어요.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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