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샤알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와 평가전에서 전반과 후반에 연이어 골 맛을 본 염기훈(수원)과 이용재(V-바렌 나가사키), 이정협(상주)의 활약을 앞세워 3-0으로 승리했다.
구자철과 박주호(이상 마인츠), 기성용(스완지 시티) 등 무려 9명의 기존 대표선수가 각각 군사훈련과 부상으로 6월 A매치에 나서지 못하는 가운데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에 새로 대표팀에 소집한 선수들을 대거 선발 명단에 투입했다.
최전방 공격수 이용재와 측면 공격수 염기훈,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비셀 고베)이 선발로 나섰다. 지난 3월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에 출전했다 부상으로 출전 시간이 짧았던 오른쪽 측면 수비수 정동호(울산)도 다시 한 번 선발로 나섰다. 최전방은 물론, 측면 공격도 소화할 수 있는 자원으로 슈틸리케 감독의 기대가 컸던 강수일(제주)은 경기 직전 도핑테스트 양성 반응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 호주 아시안컵에서 2위와 3위를 차지한 두 팀의 맞대결이지만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고 일방적인 흐름으로 UAE를 몰아세웠다. 비록 득점이 터지지 않았지만 염기훈과 이재성이 활발하게 움직이며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잡았다. 최전방의 이용재도 슈틸리케 감독이 주문했던 활발한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괴롭히며 상대 골문을 겨냥했다.
기다렸던 선제골은 전반 막판에 터졌다. 이용재가 상대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염기훈이 직접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염기훈의 왼발을 떠난 공이 상대 수비벽 사이로 낮고 빠르게 파고들었고, 앞서 수차례 선방으로 실점 위기를 넘겼던 UAE의 골키퍼도 반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1골을 앞선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남태희(레퀴야)와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를 교체 투입하며 새로 합류한 선수들과 호흡을 점검했다. UAE가 날카로운 반격에 나섰지만 오히려 후반 15분 이용재의 추가골이 터지며 상대의 기를 꺾었다.
김진수가 왼쪽 측면에서 길게 스로인한 공이 상대 수비 2명 사이에 자리 잡고 있던 이용재에게 전달됐고, 이용재는 가볍게 머리로 공을 띄워 수비수 한 명을 제친 뒤 골키퍼 일대일 기회에서 침착하게 A매치 데뷔전서 골 맛을 봤다.
2골이나 앞서자 슈틸리케 감독은 이용재, 김진수, 이재성을 빼고 이정협과 이주용(전북), 주세종(부산)을 차례로 교체 투입하며 실전 테스트로 평가전의 의미를 더했다. 여기에 이정협이 후반 45분 쐐기골까지 꽂으며 '실험'과 '결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