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음성↔양성' 오락가락…연구용 시약 탓?

메르스 진단키트 식약처 승인 못 받아…"국가적 비상사태라 사용 승인"

국내 메르스 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16만배율 확대 모습 (사진=보건복지부)
1차에서 메르스 '양성' 반응을 보였던 40대 임신부가 2차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가 최종 확진되는 등 진단 결과가 엇갈리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보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문제는 메르스 진단 키트 전체가 임상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점으로,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 양성이 음성으로, 음성이 양성으로…무방비 감염 우려

11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슈퍼 전파자인 14번 환자와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머물렀던 40대 임신부가 3차 검사에서 메르스 감염으로 최종 확진됐다.

이 임신부는 1차로 병원 자체 검사에서는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10일 2차로 행해진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이 나온 바 있다.

메르스 진단 결과가 뒤바뀐 사례는 또 있다.

전라북도 내에서 발생한 3번째 메르스 환자는 지난달 29일 삼성서울병원에 들렀다 이튿날 발열 증상을 보여 전주에서 두 차례 검사를 받았지만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그러나 10일 도 보건환경연구원으로부터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으며 결과가 바뀌었다.

뒤늦게 메르스 증상이 나타났을 수도 있지만 앞선 검사 결과가 오진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는 양성인데 음성으로 오진됐을 경우, 격리되지 않은 동안 지역사회가 메르스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됐을 개연성이 크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5일 브리핑 당시, 국립보건연구원의 검사에서 1차와 다른 진단 결과가 나온 사례가 이미 두 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 식약처 허가받은 메르스 진단 키트 '0'…"연구용 제품을 검사에 사용"

우려가 되는 건, 보건환경연구원과 질병관리본부 등이 현재 사용중인 메르스 진단 키트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말 중동 지역의 메르스 창궐에 대비해 국내 업체인 '코젠바이오텍'과 메르스 진단시약을 공동 개발했다.

해당 제품은 임상용이 아닌 연구용으로 개발돼 현재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 허가를 받지 못했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지난해 말 연구용으로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상품화할 생각이 없어 식약처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사용하고 있는 진단 키트는 WHO 가이드라인에 맞춰 개발한 거라 성능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검체 채취 시기에 따라 바이러스가 발견되다 보니 음성과 양성 결과가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허가받지 않은 것은 이 제품뿐만이 아니어서, 식약처 측은 "현재 체외진단용으로 허가를 받은 메르스 키트 제품은 한 개도 없고 국가적 비상사태이기 때문에 연구용을 실제 검사에 사용중"이라고 설명했다.

◈ "검사 결과에 오류 나올 가능성 충분"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충분한 임상 시험 결과를 갖추지 않은, 허가받지 않은 진단 키트가 검사 결과에 오류를 나타낼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성문우 교수는 "키트에 따라 성능이 다른 경우도 있어 어떤 키트가 바이러스를 놓치기도 하고 잡기도 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임상용 진단 키트 허가 과정에서는 굉장히 철저한 평가를 받는데, 이를 받지 않은 제품에서 오류가 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면서도 "정상적인 상황이면 연구용을 실제 환자에 사용할 수 없지만 비상 상황이다보니 대안이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진단 키트의 오류 가능성이 적지 않고 오락가락한 메르스 진단 결과 역시 이에 따른 것이라면, 방역체계에 심각한 구멍이 뚫린 것.

뒤늦게라도 메르스 진단 키트의 정확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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