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변이' 정말 없나…당국 '거짓 발표' 의혹

'H5N1'은 99.99% 일치해도 '변종'…99.85%인데 "변이없다" 단정

국내 유입된 메르스 바이러스는 정말 변이되지 않은 걸까.

"변이는 없었다"는 보건당국의 발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중동 지역의 바이러스와 99%이상 일치하니 같은 바이러스"란 당국 논리에 전문가 일각에서 의문을 제기하면서다.

보건당국이 국내서 확산중인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해 '순종' 판정을 내린 건 지난 6일.

당국은 2번(63·여) 환자로부터 채취한 메르스 바이러스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결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견된 표준주 'JX869059'와 99.55% 일치했다고 밝혔다.

또 분리주인 'KF600628'과는 99.82%로 가장 높은 일치율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당국 관계자는 "동물 등의 사례에서 봤을 때 약 8%이상의 돌연변이가 나와야 확실한 '변종'이 나타난다"며 "코로나 바이러스의 근본적인 특성상 변이는 계속 일어나지만, 일반적으로 관심을 갖는 부분은 이것이 변종이냐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의 이같은 발표 이후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온 '공기 전파' 가능성은 사실상 증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국의 설명이 '눈 가리고 아웅' 수준이라 비판한다.

단 0.x%라도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어느 부분에서 불일치가 일어났는지, 이 차이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증명되기 전까지는 감염력을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고려대 의대 송기준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 계통에서 아예 다른 바이러스로 분류되려면 일반적으로 8% 정도 차이가 나야 하는 게 맞다"면서도 "감염력이나 전파성 등 지금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은 단 1개의 아미노산 변화로도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동일한 사람에게서도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가 존재하거나,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가 99% 일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란 얘기다.

중앙대 약학과 설대우 교수 역시 "전문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8% 불일치율'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설 교수는 영화 '감기'의 모델이자 동남아시아에서 유행했던 고병원성 인플루엔자인 'H5N1' 바이러스를 예로 들었다.

"H5N1 바이러스는 같은 종 안에서 여러 종류로 변이하지만, 이들 사이의 동일성이 99.99%가 나와도 전파력이나 병원성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변이된 경우에도 일치율은 99.99%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메르스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RNA는 DNA에 비해 구조 변이율이 통상 10만 배 정도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설 교수는 "불일치 부분이 감염력과 무관한지는 역학적 판단이 아닌, 실험을 통해 증명해야 한다"며 "변이가 없다는 당국의 설명은 아무 것도 증명되지 않았기에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당국이 메르스 바이러스 유전자를 2번 환자에게서 채취한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서 발생한 95명의 환자 가운데 가장 먼저 완치돼 퇴원환 환자이기 때문.

또 남편인 1번(68)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해 감염된 초기 사례이기 때문에, 바이러스 변이 여부를 가늠할 샘플로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설 교수는 "국내서 '수퍼 전파자'로 거론되는 1번, 14번, 16번 환자에게서 바이러스 유전자를 채취해 복합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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