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한국의 메르스 감염 경로를 상세히 분석한 기사에서 이번 메르스 사태는 68세 남성의 '병원 오디세이'에서 시작됐다면서 한국의 병원 문화를 자세히 소개했다.
NYT는 한국의 첫 메르스 환자인 이 남성이 5월11일 고향인 아산에서 기침 등의 증세로 처음 병원을 찾은 이후 20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총 4곳의 병원을 돌아다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세계보건기구(WTO)도 메르스의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구분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한국의 경우 병원 시스템의 특성으로 인해 더욱 문제가 됐다고 NYT는 지적했다.
대형 병원에 입원하려고 인맥까지 총동원하는가 하면 가족과 간병인이 함께 병동에 머무르면서 환자의 땀을 닦고 환자용 소변기를 치우고 시트까지 갈아내는 등 각종 수발을 들면서 스스로를 감염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시킨다는 것이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NYT에 "많은 사람들이 유명 병원에서 진료받기를 원하고 심지어 병상이 날 때까지 응급실에서 기다리기도 한다"며 "이로 인해 대형 병원에서는 병목현상이 빚어지고, 이러한 한국적 상황은 새로운 전염병이 발발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처하기에 부적절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NYT는 이렇듯 북적대는 병실 문화가 그만큼 밀접 접촉의 기회를 높이게 된다면서 특히나 전염병 확산 와중에 이러한 문화는 큰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중동 여행을 하고 돌아온 68세 남성에서부터 한국의 메르스 사태가 시작됐다고 전하고, 그가 아산에서 서울까지 여러 의료기관을 돌아다니며 의료진을 포함해 최소 30여 명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렸다고 보도했다.
WSJ는 한국에서는 정확한 병명을 진단받기까지 이 병원, 저 병원을 방문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만큼 병이 퍼질 위험이 크다는 현지 의료진의 코멘트도 소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의학계 전문가들을 인용해 한국의 병원 환경이 전염병 확산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정욱 서울대 의대 병리학교실 교수는 FT에 "한국 대형 병원 응급실은 북적이는 시장 같다. 6~8명의 환자가 한 병실을 같이 쓴다. 바이러스 전파에 좋은 환경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의 메르스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이날 서울에 온 WTO 관계자의 말을 인용, 좀 더 정확한 의학적 정보를 얻으려고 여러 병원을 거치는 한국의 전형적 문화가 메르스 확산 매개체가 됐다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