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농구(NBA) 사무국은 올 시즌 중반부터 매경기 4쿼터 마지막 2분, 5점 차 이내의 연장전 모든 장면을 대상으로 비디오 분석을 실시, 경기가 끝난 다음 날 각 장면에 대한 오심 여부를 미디어에 공개하고 있다.
4쿼터 마지막 2분과 5점 차 이내 접전의 연장전은 흔히 승부처라고 불린다. 한번의 휘슬의 승부의 흐름이 뒤바뀔 수 있다. NBA는 몇년 전부터 경기 지연을 감수하면서까지 비디오 판독 확대를 실시해 판정의 정확성을 높였다.
추가로 비디오 분석 자료를 공개해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오클랜드 오라클아레나에서 끝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NBA 파이널 2차전에 대한 판정 분석 내용이 9일 NBA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각 장면에 대한 영상도 첨부해 이해도를 높였다.
판정 이슈로 시끄러웠던 경기다. NBA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승부처에서 총 4개의 오심이 나왔다.
골든스테이트의 포워드 드레이먼드 그린은 두 차례 점프볼 상황에서 반칙을 범했지만 심판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연장전이 시작할 때 클리블랜드의 트리스탄 톰슨의 팔을 건드려 동작을 방해하고 공을 따냈으나 심판은 그린의 반칙 장면을 놓쳤다.
그린은 92-91로 앞선 연장전 종료 45초 전, 르브론 제임스와 점프볼 경합을 벌였다. 제임스는 공중에 뜬 공을 자신이 직접 잡는 바이얼레이션을 범했다. 제임스는 그린이 자신의 점프를 방해했다며 항의했지만 심판은 외면했다.
NBA는 이 장면 역시 오심이라고 인정했다. 그린이 제임스의 어깨를 잡고 점프를 방해했기 때문에 심판이 반칙을 선언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연장전 종료 1분37초를 남기고는 오심이 연거푸 나왔다. 클리블랜드의 르브론 제임스가 돌파 후 골밑에서 수비수 2명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 벌어진 장면이다. 제임스는 스텝을 뒤로 빼고 슛을 시도했고 골든스테이트의 안드레 이궈달라가 제임스의 손을 쳤다.
제임스는 이궈달라의 슈팅 파울이라며 항의했지만 휘슬은 불리지 않았다. NBA는 이 장면이 오심이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궈달라의 반칙에 앞서 이미 오심이 있었다. 제임스가 스텝을 내딛는 과정에서 축발이 떨어져 트레블링이 선언돼야 했지만 심판이 이 장면을 놓쳤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궈달라의 반칙 오심에 앞서 제임스의 트레블링 오심이 있었기 때문에 골든스테이트의 공격권을 선언한 심판의 판정은 옳았다. 심판진으로서는 굉장히 운이 좋았다.
하지만 그린의 두 차례 점프볼 반칙이 선언되지 않은 것은 분명 클리블랜드에게 불리한 요소였다.
NBA는 4쿼터 마지막 2분과 연장전에서 벌어진 나머지 34개의 장면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휘슬이 불렸거나 휘슬이 불리지 말아야 되는 상황에서 불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87-87 동점이던 4쿼터 마지막 장면이 대표적이다. 제임스는 골밑 돌파 후 슛을 노렸다. 돌파 과정에서 수비수 이궈달라와 충돌했고 슛 시도 과정에서는 그린과 접촉이 있었다. 휘슬은 불리지 않았고 제임스는 슛을 놓쳤다.
NBA는 "제임스가 돌파할 때 이궈달라와 충돌한 것은 그를 막는 과정에서 부수적인 일이었다"며 휘슬이 불지 않은 것이 정확한 판정이라고 설명했고 이어 "그린이 수직으로 점프해 정당하게 수비를 했다"며 그린의 수비에 대해서도 반칙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클리블랜드는 연장전 접전 끝에 골든스테이트를 95-93으로 누르고 시리즈 전적을 1승1패 원점으로 되돌렸다.
NBA는 2차전 막판에 나온 장면들에 대해 판정의 시비를 정확하게 밝혔다. 사무국과 심판부의 체면이 구겨졌다. 그러나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자세를 통해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었던 논란을 막았다. 교훈도 얻었다.
NBA 심판부는 2차전 결과를 토대로 그린이 점프볼을 할 때(상대를 건드리는 행동은 그린의 습관일 가능성이 높다), 제임스가 스텝을 밟을 때, 제임스와 관련된 신체 접촉 장면 등을 더욱 자세히 볼 것이다.
NBA는 경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이처럼 많은 노력을 하고있다.
2008년 승부조작과 연루돼 징역형을 받은 팀 도너기 심판 스캔들을 극복하기 위해 NBA는 끊임없는 고민을 해왔다. 연방수사국 수사관 출신 인사를 내부로 영입해 가감없는 조사를 벌이는 등 치부를 드러내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로지 믿음을 되찾기 위해서 그랬다.
판정에 대한 현장과 팬들의 불신은 극에 달했지만 쉬쉬하기에 급급한 KBL(구단의 요청이 없는한 오심 여부가 공개되지 않고 심판설명회 내용 역시 미디어에 공개되지 않는다)은 NBA 사무국의 이같은 노력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