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환자' 경유 병원, 슬쩍 줄이려다 '들통'

증상 시점도 늦추려다 '정정'…"역학조사 결과 아직 안와" 해명

보건 당국이 메르스 환자가 경유한 병원을 축소하려다 빈축을 사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9일 오전 브리핑에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충북 옥천군을 경유한 90번(62) 환자의 동선을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이 환자는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감염된 뒤, 지난 1일부터 자택 격리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3일 발열 증상을 보이자 옥천제일의원에서 진료받았다. 6일엔 호흡곤란 증세까지 보이자 옥천성모병원을 방문한 데 이어, 을지대학교병원 응급실을 경유해 중환자실로 입원했다는 게 관련 내용의 골자다.

하지만 잠시뒤 이어진 정례브리핑에서 보건당국은 어찌된 영문인지 옥천제일의원을 '경유병원 명단'에서 제외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이 환자에 대해 "지난달 28일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한 후 지역에 있는 의료기관을 일부 이용했다"며 옥천제일의원을 거론하지 않았다.

또 "8일 발열증상이 생기면서 옥천성모병원의 응급실과 을지대학병원 응급실을 거쳐 입원, 현재는 을지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자료와는 다른 내용으로 발열증상이 일어난 시기와 옥천성모병원 방문시기를 슬쩍 정정한 셈이다.

하지만 기자들의 질의가 이어지자 정 센터장은 "(90번 환자가) 확진은 됐는데 자세한 역학조사 정보가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며 "먼저 확진 여부만 공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국의 방역 실패로 메르스 환자가 전국에 퍼지면서 지역전파 우려가 임박했지만, 당국은 여전히 감염 추적의 가장 중요한 단서인 '증상 발현 시기'나 '동선 구성'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정 센터장은 "의원급은 환자의 동선과 감염시기 등을 보고 아마 전문가들이 판단해 명단을 공개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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