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朴, 미 순방 떠나면 메르스 잦아질까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등이 지난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방문한 병원 24곳 명단 등을 공개하며 메르스 대응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멀리 중동 발 메르스 공포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정부는 이번 주가 고비라고 호언장담하지만 사망자가 나오고 있고 10대 고등학생까지 감염환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국면이 오히려 더 심각하게 발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정부의 메르스 대응 대국민 발표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자 이 또한 온갖 음험한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곤두박질치는 지지율을 더 떨어뜨리지 않겠느냐 하는 깊은 우려 때문이라는 추측에서부터 14일 미국 순방 관련설까지..

순방 등으로 외국 출장 갈 때마다 꼭 '마가 끼어' 흑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박 대통령은 이번 방미 출장에도 여지없이 발목이 잡혔다.

멀지 않은 예로 바로 직전 4월 하순 ‘성완종 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음에도 콜롬비아를 비롯한 중남미 순방을 강행했던 박 대통령이다.

이번에는 더 확실한 이유를 내세우며 당연히 밀고 나갈 기세다.

“이번에 미국에 못가면 올해 안에 일정을 잡기 어렵고 내년으로 넘어가면 미국이 대선 국면으로 들어가 통상적으로 정상회담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도 컨트롤타워가 혼선을 빚고 있다는 강한 비난 속에 과연 대통령이 있어도 시원찮았던 메르스 확산 방지 시스템이 잘 돌아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10일 인사청문회가 끝나는 총리의 국회 인준을 서둘러 대통령이 출국했을 경우 제대로 메르스 대처를 하는지 검증해볼 수 있는 기회라는 시각도 있다.

대통령은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한 전염병이 막 퍼져나가던 지난 2일 예정된 일정에 따라 전남 여수로 내려가 창조경제 현장을 점검했다.

대통령의 일정은 매일 빡빡하게 운용되지만 당시만 해도 우선순위에 있어 단연 '갑'이었던 메르스 확산에 따른 긴급 대책회의를 해야겠다며 잡혀있던 모든 일정을 취소했어도 무방했고 그렇게 했어야 마땅했다.

대통령의 위기 대처 능력이 떨어지고 비상 국면에서의 움직임이 전혀 긴박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이번에도 나왔고 국민에게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심어주는데 불행하게도 또 기여했다는 지적이다.

메르스 공포는 사망자가 계속 나오고 확진환자가 증가하는 것보다 도대체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그 끝이 어딘지, 정부가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잠재워 줄 것인지에 대한 의심과 불신이 더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맞다.

이미 메르스 여파로 명동 등에 넘쳐나는 중국인 관광객 수 만명의 예약이 취소됐고 밖으로 나가는 한국인 관광객도 민폐다 하는 얘기에까지 정부 대책을 바라는 건 무리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미 관광업, 항공업, 식품업 등등 직격타로 휘청하는 곳이 산업경제계에 수두룩하고 재래시장이나 영세자영업 등 서민들을 상대하는 상인들은 더더욱 울상이다.

한국의 메르스 공포가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방미가 꼭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미국가면 메르스가 잦아질까로 내기를 한다는 우스개 소리에 쓴웃음마저 나온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대선을 앞둔 2012년 가을 허리케인 샌디가 덮쳤을 때 선거전마저 과감히 중단하고 재해 현장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여 기세를 올린 적도 있지만 에볼라 바이러스 창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지지율이 급추락하기도 했다.

이를 거꾸로 빗대어 박 대통령이 지난 해 세월호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위기대응 능력을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통령은 또 위기에 처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봉착해있다.

인재로 사태를 더 키웠다는 비판 속에 방미길에 오르는 대통령의 발걸음이 천근만근이겠지만 더 이상 '무능한 정부'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사태 마무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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