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성완종 리스트' 수사 왜 실종됐을까?

검찰관계자 "우리는 자판기가 아니다" 수사어려움 토로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경남기업 성완종 전 회장 (윤성호 기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숨진 지 오늘로(4월 9일 사망) 꼭 두 달째가 된다. '성완종 리스트' 세상에 알려지고 검찰이 전격적으로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한지도 오는 12일이면 두 달이 된다.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특별수사팀의 수사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국무총리를 대상으로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그러나 친박실세들이 연루된 대선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했고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와 메르스 사태에 묻혀 어느새 흘러간 옛 노래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검찰 특별수사팀의 성완종 리스트 수사 왜 실종됐을까?"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Why뉴스 전체듣기]▶ 실종이라니? 홍문종 의원을 소환했지 않느냐?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2억원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 그렇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이 8일 낮에 홍문종 의원을 소환해 16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뒤 9일 새벽 귀가시켰다.

홍 의원은 취재진들에게 "최선을 다해, 철저히 소명했다"면서 "예상치 못한 질문이 많이 나왔고, 성심성의껏 답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홍 의원을 기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서면조사만으로 끝낼 경우 검찰이 입게 될 내상을 고려해서 성완종 전 회장이 마지막 육성으로 직접 언급한 홍문종 의원을 소환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 성 전 회장이 홍문종 의원에게 2억원을 줬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나?

= 성 전 회장이 언급한 내용은 지난 2012년 대선 때 홍문종 의원에게 조직을 관리하라며 2억원을 현금으로 줬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서 어떻게 전달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메모지에도 홍문종 2억이라고 기재돼 있다.

검찰은 홍 의원을 상대로 대선 때 성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집중 추궁했지만 성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적극적으로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 전 회장의 말 이외에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비밀장부나 돈을 가져다 준 측근들의 구체적인 진술이 없었다면 홍 의원을 기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성 전 회장은 경향신문과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대선 때도 우리 홍문종 같은 경우가 본부장을 맡았잖아요. 통합하고 같이 매일 움직이고 뛰고, 그렇게 하는데 제가 한 2억 정도 줘서, 조직을 관리하니까"라고 말했다. 어디서 줬는지 기억나느냐? 는 질문에는 "같이 사무실 쓰고 그랬으니까요. 같이 사무실 쓰고 어울려 다니고 했으니까. 제가 홍문종 아버지하고 잘 알아요. 이 양반은 국회의원 당선되고 내가 알았지만. 잘 알거든요 아버지하고도 친하고....."라면서 구체적인 전달방법은 언급하지 않고 "지방선거때도 자기는 사무총장하고 나하고 같이 선거도 치르고. 그렇게 의리 없고 그렇게 하면 안 되잖아요. 이 사람도 자기가 썼겠습니까. 대통령 선거에 썼지. 개인적으로 먹을 사람은 아니지 않습니까?" 라고 말했다.

▶ 메모에 이름이 나오는 다른 정치인들도 소환하나?

= 특별수사팀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그렇지만 검찰내부에서는 홍문종 의원이 사실상 마지막 소환이 아니냐는 그런 전망을 한다.

야구로 계산하자면 8명 중 2명이면 2할5푼이지만 3명을 소환하면 3할7푼5리니까 거의 4할에 육박하는 강타자가 된다. 검찰로서는 할 만큼 했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소환대상으로 예상되는 인물은 유정복 인천시장과 서병수 부산시장이 가능성이 높지만 검찰이 성 전 회장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도 않은 친박실세요 현역 지방자치단체장을 소환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한 게 사실이다.

홍문종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캠프 조직총괄본부장'을, 유정복 인천시장은 '직능총괄본부장'을, 서병수 부산시장은 '당 사무총장 겸 캠프 당무조정본부장'을 맡는 등 대선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핵심 중 핵심참모들이었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 거의 막바지에 온 것 같다. 홍문종 소환은 막바지 아니겠나?나머지는 서면진술로 마무리 지을 거다"라고 말했다.

▶ 허태열 전 비서실장이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경우 상세한 진술이 있지 않았나? 그런데도 소환조차 하지 않는 다는 것이냐?

김기춘 전 비서실장, 허태열 전 비서실장
= 그럴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총리를 소환조사했지만 나머지 '성완종 리스트' 나오는 6명에 대해서는 서면조사를 실시했다. 마무리 국면이라는 얘기다.

특히 허태열 전 비서실장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돈을 전달한 경위까지 설명하고 있지만 검찰내부에서는 공소시효가 끝났다며 소환조사 조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성 전 회장은 경향신문과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허태열 실장에게 2007년 대선캠프 때 많이 도왔다. 강남의 한 호텔에서 7억원으로 현금을 주고(서너 차례 나누어서) 그거 가지고 경선을 치른 것이다", "내가 직접 줬죠. 물론 거기까지 가져간 심부름한 직원들도 있고요"라면서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성 전 회장은 김기춘 전 비서실에 대해서도 "김기춘 실장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깨끗한 사람으로 알려졌잖아요? 2006년 9월 벨기엘, 독일 갔다. VIP 모시고 갔을 때, 그 때 야인으로 놀고 계셨죠. 그 양반한테 10만불, 달러로 바꿔서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전달했다. 수행비서가 왔지만"이라고 말했다.

이 정도의 구체적인 진술이라면 공소시효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조사를 해야 한다. 그렇지만 검찰은 서면조사로 끝내려 한다는 얘기다.

이병기 현 비서실장은 육성에도 메모에도 구체적으로 돈을 줬다는 언급이 없다. 성 전 회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이병기 실장, 홍성 사람이고 착한 분이에요. 그분도 참 처신을 잘해야 됩니다. 이 양반도 참 나하고도 개인적으로 가깝게 지내는, 다 여기 가까운 사람이죠"라면서 "그러면 안 되지요. 신뢰를 중시해야지요. 이렇게 하면 안 되지요”라고 이 실장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했었다. 성 전 회장은 그렇지만 이 실장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 질문에는 "아이고 뭐, 뭐, 하면 그 사람 물러날 텐데"라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 그렇다면 검찰수사 언제쯤 끝나나?

자료사진
= 빠르면 이번 주에 끝날 가능성이 높다.

대검찰청의 한 고위관계자는 "수사결과를 발표한다면 금요일 아니겠나?"라며 이르면 오는 12일쯤 중간수사결과가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검찰의 다른 한 고위관계자도 "이제는 마무리 수순 아니겠나?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수사가 끝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검찰의 또 다른 관계자는 "황교안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절차가 끝나면 수사결과가 발표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검찰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황교안 총리후보자의 청문회 때문에 마무리가 늦어지고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10일까지 진행되니까 이번 주 금요일인 오는 12일쯤 수사결과가 발표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 왜 이렇게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실종 된 거냐?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북한산 형제봉매표소 인근 산자락에서 숨진채 발견된 성 전 회장의 휴대폰을 경찰이 확인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 사실 수사에 착수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첫 번째는 돈을 줬다는 진술을 했지만 돈을 건넨 당사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증거가 사라진 것이다.


홍문종 의원의 경우 성 전 회장이 2억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지만 언제 어떻게 전달했는지 구체성이 없다. 공여자가 돈을 줬다고 일관되게 진술해도 유죄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은데 공여자가 사라진 상황에서 이를 입증하기는 어렵다. 홍 의원이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버틸 경우 이를 반박하거나 뒤집을 물증을 찾아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수사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홍준표 경남지사처럼 중간에 심부름을 한 전달자가 있더라도 이를 부인하는데 성 전 회장이 직접 전달했다면 결정적인 증거가 사라진 것이어서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번째는 검찰의 수사의지 문제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사망한 지 3일 만에 발 빠르게 검찰총장 직속의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해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특별수사팀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것이다.

그렇지만 검찰수사는 '대선자금'이라는 거대한 벽을 앞두고는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서산장학재단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사의지를 보이기도 했지만 그게 다였다.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을 긴급체포하면서 대선자금으로 수사를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2012년 총선자금으로 돌아섰다.

검찰내부에서는 예상보다 더 나갔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현직 국무총리를 겨냥해서 수사성과를 거뒀다는 얘기다. 또 여권의 유력 대선후보 2명을 주저앉혔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렇지만 검찰 안팎의 평가는 검찰이 국민의 검찰로 바로 설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검찰이 권력의 말을 잘 듣는 앞잡이가 아니라 해야 할 수사는 한다는 걸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 대선자금 수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 그럴 것으로 기대를 했다. 수사팀 내부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렸다.

수사팀 핵심관계자는 "성 전 회장이 생존해 있다면 수사가 쉬울 수 있겠지만 이미 사망해서 수사가 어렵다"면서 "우리는 자판기가 아니다" 라고 말했다. 수사가 돈을 넣으면 바로 물건이 나오는 자동판매기는 아니라는 얘기지만 그만큼 어렵다는 걸 시사하는 발언이다.

그러면서도 "여러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기자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온갖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팀 내부에서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대선자금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대검에서는 이미 끝난 수사라는 얘기들이 나온다. 수사팀과 검찰 수뇌부간 의견이 다르다는 걸 시사하는 대목이다.

대검의 한 고위관계자는 "처음부터 한계가 있는 수사였는데 욕먹더라도 끝내야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들의 법 감정과 실제 법률상 수사 가능성은 매우 간극이 크다"면서 "이런 간극은 해소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특수수사에 정통한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도 이번 수사는 2003년 대선자금 수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03년 대선자금 수사는 SK그룹에 대한 수사를 하면서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었다. 아무리 실패를 해도 SK에서 건너간 대선자금은 확실했기 때문에 착수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공여자도 사망했고 확실한 근거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선자금이나 총선자금은 상대가 있는 것"이라면서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를 한다면 수사대상자가 친박일색이다. 수사를 하면 할수록 편파적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불가능한 수사였다는 얘기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수사대상자가 정권의 핵심인 친박 실세들인데다 증거를 찾아내기도 어려운 상황인 점을 감안해서 봐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이걸로 수사가 끝나는 거냐?

= 검찰수사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불구속기소하는 것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검찰수사로 끝날지는 미지수다. 아직 특검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4월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성완종리스트의) 본질은 정권 차원의 불법 정치자금 문제"라며 특검 도입을 촉구한 적이 있다. 문 대표는 "대통령 측근들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든 박근혜 대선 캠프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이든 누가 돈을 받았고 그 돈을 어떻게 썼는지 밝히는 게 핵심"이라며 "상설특검제도도 좋다"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지난달 열린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검찰이 중요하게 반드시 구속하고 처리해야 할 사안에 대한 회피를 노골화하고 있다.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애초 우려했던 대로 친박 실세의 대선자금의 핵심은 털끝 하나 못 건드리고 있다"면서 "이제 특검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다. 새누리당이 성완종 리스트의 해소 의지가 있다면 특검에 대한 전향적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검찰이 대선자금에 대해 면죄부를 주더라도 끝이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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