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메르스 '최초 의사' 퇴원…"50cm앞에서 문진"

8일 국내 환자중 두번째 퇴원…"메르스에 무지했다" 토로

국내 최초 환자(68)를 진료한 뒤 메르스에 감염된 5번째 환자였던 서울 강동구 365열린의원 원장 A(50)씨가 2차례 음성 판정을 받은 끝에 8일 퇴원했다.

A원장은 8일 기자들과 만나 "아프자마자 조기에 치료를 받아 빨리 회복된 것 같다"면서 "메르스에 대해 너무 막연하게 두려움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원장이 확진 판정을 받은 건 지난달 26일. 그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보건당국으로부터 자신이 진료했던 1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고, 이후 미열과 소화기 장애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이 나타나 당국에 신고했다.

이후 6시간 뒤쯤 격리 병상에 입원할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1차, 2차로 확진 판정을 나누지 않았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 후 다음날 곧바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원장은 초기 상황에 대해 "열이 주로 나고 소화불량 증상이 제일 심했다"면서 "호흡곤란은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 환자들은 산소호흡기를 낄 만큼 상태가 불안정한 상황. 그러나 5번 환자는 "일찍 진단되서 그런지 (증상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며 "(통증 정도를) 독감을 7이라 하면 오히려 3~4 정도였다"고 표현했다.

◇최초 환자, 진료 당시 상태는?

이날까지 기도삽관 치료를 받고 있는 1번 환자에 대해선 "평소에 우리 병원을 다니던 환자라 잘 알고 있던 분"이라며 "내원 당시 호흡곤란과 고열 두 가지가 제일 심했다"고 회상했다.

A원장은 "평택성모병원에 있을 때 차도가 없었고, 엑스레이를 찍은 뒤 10분 이상 상담을 했다"며 "폐렴 소견이 심하고 상태가 너무 안 좋아 삼성서울병원으로 바로 보냈다"고 설명했다.

1번 환자가 앞서 진료받은 평택성모병원에서도 폐렴이나 결핵 의심 소견만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A원장은 또 "1번 환자를 진료할 때는 50cm도 채 안되는 거리에 앉혀 놓고, 평소보다도 오랜 시간 문진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안타까운 점은 1번 환자의 진단까지가 너무 늦었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환자가 바레인에 다녀온 것은 알았지만, 메르스에 대해 몰랐기 때문에 첫 진단이 나올 때까지 오래 걸렸다"는 것.

질병관리본부로부터 1번 환자의 메르스 확진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그 역시 메르스라는 병 자체를 몰랐다. "의료진도 자기 성찰을 해야할 것 같다"는 반성을 스스로 내놓은 이유다.

A원장은 "메르스라는 것에 대해 무지했다"면서 "독감 유행 같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마스크 쓰고 진료하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들도 평소에 열 나는 환자나 기침 환자는 마스크 끼고 진료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방역 당국이 개선해야 할 부분도 제시했다. 그는 "지금은 공항에 중동 다녀오고 열 나면 신고하라고 돼있는데, 판넬 하나만 세워져 있었어도 (피해가 적었을 것)"이라고 했다.


◇국가지정 격리병상, 어떤 곳인가

메르스 확진 환자들은 현재 음압병상을 보유하고 있는 전국의 국가지정 격리병상에서 치료를 받는다.

A원장은 "격리실 자체가 시스템이 다르다"면서 "격리 병동이라고 해서 안 보이는 건 아니고 창문도 있고 갖춰질 건 다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의료진과의 상담 외에는 대화할 일도 거의 없다고도 했다. 그는 "치료는 알려진 대로 인터페론 주사 맞고 항바이러스제 주사 맞고, 열이 날 때 대증치료를 받거나 수액 치료를 받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기침 증상이 나타나기 전 자가 격리 기간에는 마스크를 쓰고 지냈고, 자신은 거실에 있고 가족들은 방에서 지내는 식으로 공간을 분리했다.

A원장은 "하룻밤 정도 집에서 지낸 것이었고, (당국의) 지침은 화장실과 세면도구도 따로 사용하도록 받았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가족들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현재 몸 상태는 입원 전과 마찬가지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게 그의 얘기다.

◇병원 정보 공개엔 "반드시 필요한 일"

논란이 됐던 병원 정보 공개에 대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르스 병원' 정보가 공개되기 전까지 보건당국과 일부 병원들은 "병원명이 공개되면 운영에 차질이 생기고 입원 중인 환자들이 피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원장은 "병원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안 좋은 면이 많이 있다"면서도 "병원은 병원이고, 해야 할 일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365열린의원도 인터넷 등에서 '의사가 확진 판정을 받고도 진료했다'는 등의 소문이 돌았지만, 입원 중에 일일히 대응할 수 없어 괴로웠다는 게 그의 얘기다.

A원장은 "모든 병원이 밝혀졌기 때문에 일반 시민은 거기에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다면 증상이 나타날 때 바로 보건당국에 연락해서 검사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열이 나도 1차로 감기 치료를 했을텐데, 그동안 시간이 지체될 수 있고 (원래) 몸이 안좋은 분들은 이미 진행된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해 문제가 된다"며 "지금처럼 당분간 많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365열린의원 역시 직원들 5명 가운데 환자와 마주쳤던 2명을 격리 조치했고, 병원에 대한 방역 소독도 마친 상태다. 그는 "환자가 올 지는 모르겠지만, 일주일쯤 스스로 자가 격리 기간을 더 가진 뒤 업무에 복귀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가지정격리병상에 A원장을 진료한 주치의는 "이 환자처럼 쾌유하는 경우가 특이한 사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주치의는 "메르스 치료에서 중요한 게 기저질환이 얼마나 있는지 여부"라며 "5번 환자는 기저질환이 없어 특별한 합병증이 없었고, 비교적 초기에 진단과 치료가 이뤄져 완치됐다"고 설명했다.

조기에 잘 치료만 된다면 신장 등 장기에 손상이 오는 후유증 없이 완벽히 나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보통 메르스 치료 기간은 열흘. 초반엔 대증치료를 위한 약을 사용하다가, 다른 증상이 다 사라지면 남아있는 바이러스를 없애는 치료를 한다. 이후에는 약을 끊고 기다린다.

또 의료진들은 격리병동에서 진료를 할 때 방호복과 N95마스크, 고글 등의 보호장구를 끼고 진료한다는 게 이 주치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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