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브라질과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난 축구대표팀에 소집된 이후 염기훈(수원)은 '태극마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특히 부진한 성적에 그친 브라질 월드컵 이후 부임한 독일 출신 울리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도 염기훈은 잊힌 존재였다.
하지만 2015시즌이 개막한 뒤 염기훈은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말 그대로 '미친' 활약을 선보였다. 15라운드가 끝난 현재 염기훈은 7골 6도움으로 두 부문에서 모두 K리그 클래식 1위를 달리고 있다. 리그뿐 아니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2골 5도움, FA컵 2도움까지 3개 대회에서 9골 13도움을 기록해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하고 있다.
구자철과 박주호(이상 마인츠), 기성용(스완지 시티) 등 기존 대표선수들이 군사훈련과 부상으로 대거 6월 A매치에 나설 수 없는 상황.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은 K리그와 일본 J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하는 선수들이었다. 이 가운데 염기훈이 빠질 수 없었다.
밝은 표정으로 8일 경기도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염기훈은 "오랜만에 대표팀에 들어와서 감독님도 처음 뵙는다"면서 "오랜만에 보는 선수도 있고, 처음 만나는 선수도 있어 설렌다"고 특유의 환한 미소를 선보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파주NFC에 들어와 염기훈을 만나자 어깨를 두드려주며 환영했다. 하지만 소속팀에서의 맹활약에 염기훈은 최근 상대 선수들의 집중 견제에 시달렸고, 부상과 피로 누적에 가파른 상승세가 잠시 멈췄다.
사실 염기훈은 '슈틸리케호'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출전을 확정해도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빌 가능성이 작다. 염기훈의 대표팀 복귀 소식에 가장 기뻐했던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은 물론, 손흥민(레버쿠젠) 등 쟁쟁한 후배가 버틴 데다 2018년에는 염기훈도 30대 중반이 되는 만큼 대표팀 발탁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염기훈은 "솔직히 예전에는 소속팀이나 대표팀에서 주전 경쟁에서 이겨서 경기에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면서 "하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이제는 주전에서 경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보 선수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경기를 뛰든 안 뛰든 내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염기훈은 "대표팀이 월드컵 예선을 치르는 만큼 주전 경쟁보다 내 위치에서 잘해서 후반에 투입되더라도 힘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싶다. 첫경기부터 만족할 수 있는 경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분명한 자신의 목표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