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르브론이 감 잃은 커리를 잡았다

'킹'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막판 다섯 개의 슛 시도를 모두 놓쳤다. 첫 13개의 야투 중 7개를 넣었지만 이후 21개 중 4개를 넣는 데 그쳤다. 4쿼터 막판 공을 흘리는 아찔한 실수를 했고 점프볼 상황에서 떨어지는 공을 자신이 직접 잡는 실수도 했다

8일(한국시간) 미국 오클랜드 오라클아레나에서 열린 2014-2015시즌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클리블랜드의 파이널 2차전 막판만 돌아보면 제임스가 100% 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제임스는 당당한 승자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케빈 러브가 플레이오프 초반 어깨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카이리 어빙은 파이널 1차전 도중 왼쪽 무릎을 다쳐 수술을 받았다. '빅 쓰리(big three)'의 양 축이 떨어져나간 상황에서 제임스의 어깨는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제임스는 러브를 대신해 리바운드를 잡았고 어빙을 대신해 패스를 돌렸다. 연장전을 포함해 총 53분 동안 진행된 경기에서 무려 50분을 소화했다. 뒤로 갈수록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제임스는 뛰었다.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기회를 수차례 날렸지만 그때도 제임스는 코트에 있었다.

제임스는 이날 50분 동안 39점 16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실책은 3개에 불과했다. 야투 34개 중 11개 성공에 그쳤고 후반 들어 대부분의 슛을 놓쳤지만 클리블랜드는 무너지지 않았다. 95-93으로 승리, 시리즈를 1승1패 원점으로 되돌렸다.

제임스는 4쿼터 종료 3분14초 전, 3점슛을 넣었다. 클리블랜드가 83-72로 앞서갔다. 승부가 기운 듯 보였다. 골든스테이트의 스티브 커 감독은 플레이오프 자유투 성공률이 58%로 좋지 않은 클리블랜드의 트리스탄 톰슨에게 고의반칙을 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톰슨은 간간이 자유투를 놓쳤고 그 사이 골든스테이트의 외곽이 터졌다. 4쿼터 막판 스테판 커리의 결정적인 레이업이 터지면서 87-87 동점이 됐다.

연장전에서 골든스테이트의 승리를 의심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제임스는 지쳤고 기세는 분명 골든스테이트가 더 나았다.

그러나 클리블랜드가 92-93으로 뒤진 연장전 종료 10.1초 전, 어빙을 대신해 선발 출전한 매튜 델라베도바가 제임스 존스가 놓친 슛을 잡아냈다. 결정적인 공격리바운드 이후 바로 슛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반칙을 얻었고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켰다.


골든스테이트에게도 만회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델라베도바에게 돌파 동선이 막힌 커리가 어려운 위치에서 던진 슛이 불발됐고 마지막 기회에서는 커리의 패스가 이만 셤퍼트의 손에 걸렸다. 제임스는 포효했다.

◇클레이 톰슨 "델라베도바를 박스아웃했어야…"

장신선수들 틈에서 델라베도바가 튀어나왔다. 경기 내내 외곽슛이 터지지 않아(3점슛 6개 시도 중 1개 성공) 체면을 구겼던 델라베도바는 결정적인 공격리바운드로 역전 득점을 만들어냈다.

골든스테이트의 클레이 톰슨은 경기 후 "델라베도바를 박스아웃했어야 했는데 잊고 있었다 그 장면이 오랫동안 머리 속에 남을 것 같다"며 아쉬워 했다.

델라베도바는 경기 초반 톰슨을 막지 못해 고전했다. 톰슨은 델라베도바가 자신을 막을 때 거침없이 공세를 퍼부었고 전반에만 20점을 올렸다.

그러나 델라베도바는 커리를 상대로는 좋은 수비를 펼쳤다. 델라베도바가 커리를 막고 셤퍼트가 톰슨을 견제하는 구도가 완성되면서 클리블랜드 수비에 안정감이 생겼다.

특히 후반 커리에 대한 수비가 좋았다. 델라베도바의 악착같은 수비에 커리가 갈 곳을 잃는 장면이 종종 나왔다. 1점 차로 뒤져 역전이 가능했던 연장전 막판에도 커리는 델라베도바를 뚫지 못해 '터프 샷'을 던져야 했다.

경기 후 클리블랜드의 데이비드 블랫 감독은 "용감한 선수다. 항상 동료를 위해 움직이고 팀을 위해 서있는 선수다. 엄청난 경기를 펼쳤다"며 델라베도바를 칭찬했다.

◇"조던도, 던컨도 부진한 날은 있다"

커리는 4쿼터의 영웅이었다. 경기 내내 부진하다 4쿼터 막판에 5점을 몰아넣어 한때 11점 차로 벌어졌던 경기를 원점으로 만든 주역이다.

그러나 연장전에서는 커리답지 않은 실수가 자주 나왔다. 골든스테이트에게는 뼈아팠다.

커리는 19점을 올렸지만 야투 23개 중 5개 성공에 그쳤다. 3점슛은 15개를 던져 2개 밖에 넣지 못했다. 3점슛 13개 실패는 NBA 파이널 단일경기 신기록이다. 이날만큼은 감을 잃은듯한 커리의 모습이었다.

존 스탁스가 갖고 있던 기록이 무려 21년 만에 깨졌다. 스탁스는 뉴욕 닉스 시절이던 1994년 NBA 파이널 7차전에서 3점슛 11개를 던져 1개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휴스턴 로켓츠는 뉴욕 닉스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커 감독은 커리의 부진에 대해 "모든 선수에게 그런 날은 있다. 마이클 조던도, 팀 던컨도, 그 누구도 부진한 날을 피할 수는 없다"고 두둔했다. 커리 역시 "오늘같은 부진이 다시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역사적인 승리를 이끈 르브론 제임스

제임스는 NBA 결승에서 통산 5번째 트리플더블을 달성했다. 이 부문 역대 2위다. 1위는 매직 존슨으로 총 8회를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에서 '30-10-10(30점 10리바운드 10어시스트 이상)'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7번째다. 이 부문에서도 역대 2위다. 1위는 시즌 평균 기록이 트리플더블인 적도 있는 오스카 로버트슨으로 총 8회를 기록했다.

또한 제임스는 1988년 제임스 워디 이후 NBA 파이널에서 35+득점, 15+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기록한 첫 선수가 됐다.

무엇보다 클리블랜드 구단 역사상 최초의 파이널 승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임스는 지난 2007년 클리블랜드를 NBA 결승 무대로 이끌었으나 '전성기'의 팀 던컨(샌안토니오 스퍼스)을 만나 승리없이 4패로 무릎을 꿇었다.

제임스는 첫 2경기에서 평균 48.0분(NBA는 정규 48분 경기다)을 뛰어 41.5점, 12.0리바운드, 8.5어시스트, 야투성공률 39.7%(36.5개 시도, 14.5개 성공)를 기록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