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고객 드나드는 은행도 '열 감지 카메라' 설치

금융권 "창구직원, 공포감 조성할까 마스크 착용 꺼려…당국 지침 필요하다"

열감지 카메라 자료사진 (박종민기자)
보건 당국의 초동 대응 부실로 메르스 전염에 대한 공포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에 체온이 높은 사람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열 감지 카메라까지 등장했다.

창구에서 수 많은 고객들과 만나야 하는 금융권이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점포에 손 세정제를 놓는 등 갖가지 대응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애초 예정된 주요 행사 및 브리핑도 줄줄이 연기·취소되고 있다.

◇ 금융권 이번 주 중 마스크·손세정제 등 배포 완료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4일부터 서울시 중구 본점 로비에 열 감지 카메라 두 대를 설치하고 본점을 오가는 사람들의 체온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출입구도 열 감지 카메라가 설치된 곳 외에는 모두 통제됐다. 체온이 높은 사람이 발견되면 모니터하는 컴퓨터에서 '삐' 경보음이 울리게 되고 로비에 대기 중인 직원들이 체온계로 정확한 체온을 다시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와함께 우리은행은 지난 주 평택 등 경기남부와 서울 강남 등 메르스 전염 확산 우려가 있는 지역 점포에 우선적으로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지급했다. 다른 지역도 순차적으로 지급해나간다는 방침이다.


KB국민은행도 해외 출장 및 해외여행 직원에 대한 자체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손세정제는 현재 배포 중이며 이번 주 중으로 전 지점에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환자 발생시 대응 방법에 대한 지침도 하달했다. '비상대책위원회'도 구성해 의료자문을 포함한 비상대책 TFT 운영 계획을 수립 중이다. 특히 마스크 착용 근무에 대해서는 고객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어 영업점 상황에 맡기기로 했다.

기업은행도 지난 4일부터 서울 을지로 본점 1층 출입구에 손 세정제를 비치했다. 이번 주 중으로 전국 지점에 마스크와 손 세정제 비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평택 등 주요 발병 지역에서는 행원들이 전원 마스크를 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NH농협은행도 평택지역 영업점 마스크와 손세정제 보급을 완료했으며 본부 출입구에도 손세정제 비치했다. 위기관리에뉴얼에 따라 비상대책협의회운영 하고 모니터링 중이다.

하나은행도 본점 출입구에 열 감지기를 설치했고, 직원 1인당 1개의 손 세정제를 쓸 수 있도록 조치했다. 고객을 위한 손 세정제는 별도로 비치했다. 마스크 배포도 완료했으며 착용에 대한 판단은 영업점장에게 위임했다.

SBI저축은행 역시 창구마다 손 세정제를 놓고 전 직원에게 마스크를 지급했다. 내부행사와 워크숍, 회식 등은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반드시 필요한 모임일 경우 사전 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 금융권 주요 행사도 줄줄이 연기·취소

이 뿐 아니라, 메르스 전염 공포감에 애초 예정됐던 주요 행사와 브리핑도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우리은행은 지난 주 예정됐던 '한마음 대축제' 일정을 취소했다. '한마음 대축제'는 CS 리더들이 한자리 모여 직원들 역량강화를 모색하는 내부행사다. 오는 13일 예정돼 있는 '우리미술대회 시상식'도 일정을 조율 중이다. 참석자 대부분이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와 청소년인만큼 사전 예방차원에서 일정을 연기할지 취소할지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입 담당 직원들의 업무능력 강화를 위해 하나·외환은행이 마련한 '수출입 아카데미'도 일정을 취소했다.

KB국민은행 역시 전일 부점단위 단체 행사를 자제하라는 지침을 영업 현장에 내려보냈다. 다만 지방의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실시되는 방문면접은 일정대로(15일~26일) 진행할 예정이다.

IBK기업은행은 일반 고객 신청을 받아 오는 19일과 다음달 3일 실시하려던 '천안함 안보견학' 일정을 잠정연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곳에 위생용품을 배포하고 마스크를 지급했지만 지점 창구 직원들이 마스크를 썼을 경우 고객들에게 공포감을 주진 않을까라는 생각에 마스크 착용을 꺼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로서는 정부의 일관된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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