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京 사스의 교훈⑥] '충격'과 '공포'…숨죽인 베이징

중국 정부, 건물 폐쇄와 조기 방학, 영업 중지 명령 등 초강력 대응

2015년 6월 대한민국이 ‘메르스(MERS) 공포’에 휩싸였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03년 4월 중국의 심장 ‘베이징’도 ‘사스(SARS) 창궐’로 도시 전체가 공황에 빠졌었다. 당시 기자는 칭화대학에서 어학연수 중이었다. ‘메르스 방역’에 필요한 교훈을 찾고자 베이징의 상황을 날짜별로 되짚어본다. [편집자 주]


지난 2003년 4월, 사스가 확산하면서 일제히 문을 닫은 베이징 시내의 식당들. (사진=변이철 기자)
도시 전체가 숨을 멈추고 잔뜩 움츠렸다.

지난 2003년 4월 28일. 평소엔 차로 미어터지던 평일 한낮 베이징 도심 도로가 한산하기만 했다. 그렇게 많던 붉은색 택시도 드문드문 눈에 띄었고 시내버스도 운행횟수를 대폭 줄였다.

일요일에도 이렇게 길이 잘 뚫리진 않았었다. 돌아다니는 사람이 그만큼 없다는 얘기다. 혼자서 승용차를 모는 사람도 상당수가 마스크를 썼다.

음식점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창문엔 큼지막한 흰 천을 내려 걸었다. 종업원들은 음식점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잡담을 나눈다.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일자리를 잃을 건 뻔한 일. 모두 표정이 밝지 않다. 간혹 문을 연 음식점도 있지만, 식사하는 손님은 찾아보기 힘들다.

북경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왕푸징(王府井)도 쓰레기를 쓸어 담는 청소부들만 눈에 띈다. 아예 사스를 피해 베이징을 떠나는 중국인들도 적지 않다.

중국 정부는 전날 베이징 시내의 가라오케와 디스코클럽, 노래방 등 유흥업소와 PC방, 극장 등에 대해서 전격적으로 영업중지명령을 내렸다. 화려했던 네온사인들이 일제히 불을 껐다. 인적이 끊긴 북경의 밤거리는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2003년 4월 28일 외국인 유학생이 가장 많은 베이징어언문화대학(北京語言文化大學)도 학교를 폐쇄하고 조기 방학에 들어갔다. (사진=변이철 기자)
북경의 각 대학도 사스 전염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중앙재경대학(中央財經大學)과 북방교통대학(北方交通大學), 베이징과기연수원(北京科技硏修院)은 기숙사에서 사스 환자가 발생해, 건물이 폐쇄됐다.

하지만 이미 많은 학생과 교직원이 사스에 감염된 상황이었다. 당시 외국인 유학생이 가장 많았던 베이징어언문화대학(北京語言文化大學)은 28일(월)부터 50일 동안 조기방학에 들어갔다.

칭화대학(淸華大學)은 교직원과 학생의 교문 밖 출입을 통제하고 수업을 강행하고 있었다. 학교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었고, 학교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베이징의 상황은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있다. 28일 현재, 베이징의사스 환자는 1,199명. 사망 59명. 사스 의사환자(疑似患者)는 1,275명을 기록하고 있었다. 매일 각각 100여명의 사스환자와 의사환자가 새롭게 발생하고 있다. 사스 환자와 접촉해 격리된 주민만도 지금까지 8,924명에 이른다. 이쯤 되면 거의 '준전시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당시 사스와의 전쟁을 치루는 중국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의료진의 고갈 문제였다. 중국 정부는 이날 전국의 각 군(軍)에서 의무인력 1,200명을 차출해 베이징에 급파했다.

중국의 새 정부는 수그러들 줄 모르는 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고 인민들은 숨을 죽였다. 이 전쟁이 얼마나 오래갈지,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큰 피해를 낳을지 당시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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