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병원 공개에 평택시민 뿔났다

"미리 말해 줬어야, 알아서 조심했을 거 아냐"

(자료사진/황진환 기자)
보건당국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이 집중적으로 일어났던 병원의 실명이 '평택성모병원'임을 밝힌 5일 평택시 주민들은 불안과 분노에 휩싸였다.


감염병의 근원지가 근처 병원이라는 정부 공식 발표에 주민들은 혹시나 감염되진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불안해하면서도, 정부의 뒤늦은 공개에 치를 떨었다.

평택성모병원 인근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7)씨는 "감염환자가 처음 발생했을 때부터 알렸다면 이렇게 다 들어가서 전염되는 건 막을 수 있지 않았겠냐"며 "그래야 병원 근처에 있는 사람들도 마스크를 쓰던가 조심을 할 거 아니냐"고 정부의 때늦은 실명 공개에 분개했다.

지난 2일부터 의료진과 행정직 등 병원직원 270여명 전원에게 12일까지 자가격리 조처가 내려진 평택성모병원은 모든 출입문이 폐쇄된 채 나흘째 외부인을 통제했다.

병원 앞에 있는 편의점과 약국 2곳도 문을 닫았다. 지상 주차장엔 승용차 3대와 병원 버스 1대만 주차돼 있었고, 병원을 오가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한국인 최초 메르스 환자(68)가 입원했던 이 병원에서 메르스 2차 감염자 27명이 발생했다.

평택에서 가장 사람들이 붐빈다는 평택역 주변도 '비보'가 전해진 이날만큼은 예외였다. 그나마 몇 안되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버스는 비었고, 택시는 재자리 걸음만 했다.

한 택시 운전 기사는 "사람들이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오늘 공식적으로 발표를 해서 그런지 (사람들의) 움직임이 확실히 뜸하다"며 "길에 손님이 없어 수입이 절반도 안되 타격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거리에 사람들이 없다보니 음식점들도 개점 휴업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한 음식점 주인은 "(발표 때문인지) 어제보다 오늘 더 심하다. 손님이 70%가 줄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날 오전 보건당국이 지난달 15일부터 29일까지 평택성모병원을 방문한 사람들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평택시내 보건소에는 문의가 빗발쳤다.

송탄보건소 한 의료진은 "어제는 21명이 상담을 받으러 왔는데, 오늘 발표한 것 보시고 (오후 12시 현재) 벌써 15명이나 왔다 가셨다"며 "3명 정도가 그 시기에 평택성모병원에 갔었다고 말했는데, 상당히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평택 주민들의 불안한 마음을 반영하듯 보건소 앞 한 약국 출입문에는 '마스크 & 손소독제 품절'이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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