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통산 400홈런을 때린 이승엽(삼성)은 400홈런을 달성할 후계자로 박병호(넥센)를 콕 집었다. 하지만 박병호는 "그런 타이틀은 좀 빼줬으면 좋겠다. 이승엽 선배께 실례"라고 손사래를 쳤다.
박병호는 현재 171홈런을 때리고 있다. 400홈런까지 229개가 남았다. 단순 계산으로 최근 페이스를 유지해 50개씩 홈런을 친다면 5년 이내에 달성이 가능하다. 물론 50개씩 5년을 더 친다는 것이 어렵겠지만, 이제 우리 나이로 서른이니 전혀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박병호는 4일 목동구장에서 열리는 한화전을 앞두고 "당연히 안 된다"면서 "10년 야구해서 이만큼 쳤다. 이승엽 선배는 나보다 10년을 더 했는데 지금까지 잘 하신다. 어린 나이부터 홈런 타자라고 불렸고, 지금도 그렇다"고 말했다.
400홈런. 20홈런씩 20년을 쳐야 달성 가능한 기록이다. 이승엽은 8년을 일본에서 뛰고도 KBO 리그 최초로 400홈런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현역 선수 가운데 400홈런을 넘어설 후보는 박병호, 나성범(NC) 정도가 꼽히고 있다.
박병호는 "이 기록은 정말 쉽게 안 깨질 것 같다. 외국에 나가는 것과 상관 없이 400개는 어려운 기록"이라면서 "20~21살 어린 선수가 20~30개씩 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정말 대단한 기록"이라고 강조했다.
박병호에게 이승엽은 롤모델이었다. 이승엽을 지도했던 박흥식 코치가 넥센 코치로 있을 때도 박병호에게 이승엽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해줬다.
박병호는 "나이도 많은데 자기 관리를 지금도 잘 하신다. 온 국민이 홈런 타자하면 이승엽 선배를 떠올린다. 선수들도 존경하는 선수"라면서 "선수 대 선수로 만나지만, 나는 지금도 팬의 마음이 크다. 이름 같이 나오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지금도 우상이고, 존경 대상"이라고 말했다.
박병호는 올 시즌이 끝나면 팀 동의 하에 해외 진출이 가능해진다. 해외에 진출하면 통산 400홈런은 사실상 불가능한 기록이 된다. 하지만 해외 진출 여부를 떠나 400홈런 자체가 어려운 기록이라는 것이 박병호의 생각이다.
박병호는 "나도 내 통산 기록을 모르다가 최근 알게 됐다"면서 "계산을 해봤는데 400개를 언제 치냐"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올해 박병호는 이승엽도 이루지 못한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바로 4년 연속 홈런왕 타이틀 수성이다. 이승엽도 3년 연속 홈런왕이 최고 기록이다. 현재 박병호는 15홈런으로 1위 에릭 테임즈(NC)와 4개차 공동 5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박병호는 홈런왕에 대한 부담보다는 4번타자에 대한 부담이 더 컸다.
박병호는 "사실 지난해 홈런 수로 부담을 받았는데 지금은 페이스가 떨어져 부담이 자연스럽게 없어졌다"면서도 "마음이 더 편하지는 않다. 나는 4번타자다. 타이트한 경기에서 한 방이 필요하다. 그런 역할을 못한 것 같다. 그런 책임감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