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특히 '메르스 사태'가 지난해 발생한 '세월호 참사'와 너무나도 유사하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초기대응에 실패해 골든타임을 놓쳤고 여전히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가 정보를 통제하면서 괴담이 퍼지고 있고 대통령은 상황에 어긋나는 발언으로 비난을 사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메르스 사태' 왜 '세월호 참사'와 닮은 꼴인가?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메르스 사태'를 보면서 '세월호 참사'가 닮았다니 무슨 얘긴가?
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점을 지적하고 있다. 먼저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의 유사점을 비교해보면 대략 7가지 이상이나 된다.
첫 번째는 무엇보다도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가 304명이 목숨을 잃는 대형 참사가 된 가장 큰 이유는 배가 침몰하기 전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다.
세월호에 탑승한 학생으로부터 '배가 기운다'는 최초 신고가 접수된 8시 50분부터 좌현 50도까지 기울어진 9시 20분까지 구조를 위한 1차 골든타임과 완전히 침몰한 11시 20분까지의 2차 골든타임을 모두 놓쳤다.
메르스 사태도 최초 발병자 이모 씨는 지난달 11일 발열 증세를 보였고, 9일 뒤인 20일 메르스 확정 판정을 받았다. 이 기간동안 병원 4곳을 전전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만약 메르스가 아니면 해당 병원이 책임져라'는 식으로 검사를 미뤘다. 최초 검사를 요청했던 18일과 19일, 36시간이라는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골든 타임'을 놓쳐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2차감염자가 급증했다.
보건당국이 격리대상을 일일이 찾아내고 본격적으로 접촉을 한 건 지난달 30일이다. 첫 환자가 발생한 게 지난달 20일이니까 열흘 뒤에야 관리망을 가동했다. 50대 첫 번째 사망자는 이 관리망에서 열흘 넘게 벗어나 있었다. 골든타임을 놓친 대가가 가혹하다.
메르스 사태도 유사하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오고 감염환자가 5명 10명으로 늘어나도 보건복지부 장관조차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질병관리본부장이 대책본부장을 맡았다가 복지부 차관이 그러다가 사태가 확산된 이후인 지난 1일에야 문형표 장관이 대책본부장을 맡았다. 국무총리 대행을 맡은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해외출장 중이고 사회부총리인 교육부 장관과 복지부 장관은 엇박자를 내고 있다. 대통령은 뒤늦게 "초기대응이 미흡했다"는 사과도 해명도 아닌 지적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은 페이스북에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내 에볼라 환자가 단 한 명일 때 이미 비상대책회의를 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열흘이 넘어서 초기대응이 미흡했다고 사과도 해명도 아닌 '지적'을 한다"며 "제발 책임지고 비상대응하시라"고 강조했다.
세 번째는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7시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없었다.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는 '7시간 미스터리'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오후 5시 1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서는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다는데 구조가 힘듭니까?"라며 구조 상황과 다른 엉뚱한 말을 했다.
박 대통령은 "초기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사과도 아니고 해명도 아닌 애매한 발언과 함께 "괴담이나 잘못된 정보는 신속히 바로잡으라"는 지시를 했다. 메르스에 앞서 국회법 개정에 대한 공세에 무게를 뒀다. 그러면서 "15명의 환자가 확인됐다"고 말했지만 박 대통령이 발언 할 당시, 감염자 숫자는 18명인 상황이었다. 청와대가 얼마나 안이하게 대응하는 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SNS에서는 리커창 중국 총리가 선박침몰 사고 발생 직후 현장으로 현장을 지휘하고 가용한 모든 역량을 동원하도록 지시하는 장면과 비교하는 글이 퍼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배가 기울고 있는데도 누구도 책임지고 현장을 지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해경 123정 한 척이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한 선원들을 먼저 구조한 뒤 바다에 뛰어든 승객 몇 명만 구조하는 장면을 온 국민이 지켜봤다. 형사책임을 물어 재판에 회부한 건 123정장이 유일하다.
메르스 사태도 국가적인 역량을 동원하거나 지휘하는 사람이 없다. 메르스 감염의 전문가는 의사들이다. 그런데 이런 사태에도 질병관리본부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며 엉뚱한 발언을 하더니 본인은 정작 마스크를 쓰고 나타나는 장면을 연출했다.
청와대가 2주가 지나서야 메르스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종합대응 콘트롤 타워(TF)를 구축 운영하기로 했지만 대한의사협회가 아닌 대한병원협회장을 참여시켰다. 병원장은 국민의 안전보다 병원의 운영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당연히 메르스는 과장돼 있다고 말한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보건당국이 없다는 것"이라면서
"일선 의사들에게 공문도 없었고 메르스 감염이 의심될 경우 가이드 라인도 메뉴얼도
없다"고 비판했다.
다섯 번째는 정부의 정보독점과 괴담이다.
메르스 사태를 둘러싼 가장 큰 논란은 병원의 이름을 공개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점이다.
정부는 병원 명단 공개는 '득보다 실이 크다'며 비공개 하기로 했다. 정부의 발표나 언론의 보도를 보면 서울의 한 대형병원, 평택의 한 병원, 동탄의 무슨 병원 대전의 E병원 등등 무슨 난수표나 암호문을 보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미 병원이름은 SNS에 모두 공개됐다. 오히려 잘못된 병원이름이 공개되는 일도 있다. 정부가 눈가리고 아웅하고 있는 것이다.
또 확진 환자의 발표시기를 임의로 조절하면서 오히려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첫 번째 사망환자의 확진여부 발표도 그랬고 서울 대형병원 의사가 확진판정을 받았다는 사실도 하루 미뤘다가 언론에 보도가 된 뒤 4일 새벽에서야 공개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실제 구조에 나선 잠수사는 10명에 불과한 데 정부가 500명을 동원했다고 부풀려 발표함 점이나 구조 초기 민간 잠수사의 투입을 막았다는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정부가 정보를 독점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정보 독점은 오히려 괴담 유포를 부추긴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지지부진하면서 기획 침몰이라느니 세월호가 국정원 소유라는 루머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면서 국내의 이슈를 모두 빨아들였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과 남재준 국정원장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 굵직한 이슈가 사려졌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부실대응이 국민적인 공분을 사자 유병언 회장의 추적으로 이슈를 가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의 와중에 남재준 국정원장을 슬그머니 교체했고 남재준 원장은 퇴임식도 하지 않고 후임 국정원장이 내정 되기도 전에 물러났다.
메르스가 퍼지면서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수사도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부실수사 논란도 묻히고 있고 대선자금과의 연관성 문제는 거의 끝난 상황이 되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들도 여론의 관심사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슈로 이슈를 덮는 박근혜 정부의 형태가 여기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일곱 번째는 여전히 정부는 '가만히 있으라'라만 되풀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세월호 선장은 팬티차림으로 도주하면서 승객들에게는 '가만있으라'고 지시해 304명의 엄청난 인명피해를 불러왔다.
지금도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마스크 쓸 필요가 없다"고 말하거나 병원 명단 공개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민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이 불안으로 다시 공포감으로 확산되고 있다. '가만 있으라'고 할 상황이 아닌 것이다. 병원을 공개하고 투명하게 상황을 공개해서 국민과 지역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이 가능할 것이다.
홍콩처럼 휴양지를 격리시설로 활용한다면 강제수용이라는 이미지도 피하고 관리도 편리 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 메르스와 2003년 사스 때의 정부 대응이 너무 차이가 난다는 비판도 있던데?
2003년 중국에서 사스가 확산되자 당시 참여정부는 전국에 사스 방역 강화지침을 내리고 총리실 산하에 종합상황실을 설치했다. 사스로 의심되는 국내 환자가 확정 판정을 받기 전이었다. 고건 총리가 직접 나서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국방부, 행정자치부 등 관련 부처에도 지원을 요청해 군의관과 군 간호인력까지 현장에 투입됐다. 그 결과 전세계에서 8,400여명이 사스에 감염되고 810여명이 숨졌지만 국내에선 3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데 그쳤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달 20일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왔지만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장 지휘 아래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대책본부)를 둔 것과 대비된다. 열흘이 지나서야 문형표 장관이 대책본부장을 맡았지만 병원명단 공개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이유로 정보를 통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에 대한 불신감만 높아지고 있고 메르스 공포로 번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안철수 의원은 "지난 2003년 사스 발생 당시를 돌이켜보면 초기부터 총리가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범정부 차원에서 유기적으로 대처해 환자 발생이 없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사망자가 발생하니까 부랴부랴 장관과 청와대가 나서는 형국이다. 전형적인 늑장대응"이라고 비판의했다.
▶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고 대통령이 강조하지 않았나?
박 대통령은 당시 담화에서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 그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반드시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이 담화를 발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달라진건 없다.
세월호 특별법에서 합의한 진상규명은 세월호 시행령에 막혀서 한 발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 병원 명단을 공개할 경우 부작용이나 혼란은 없을까?
의사출신인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은 "병원명단을 공개할 경우 빚어질 혼란은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먼저 병원 명단을 공개해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워야 하고 동시에 의료진이 지켜야할 수칙과 국민들이 지켜야 할 수칙을 공개해야 하며 피해를 입은 병원이나 격리 대상자는 정부에서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교가 적절하지 않지만 구제역이 발생하면 발생지역을 공개하고 동물의 이동을 차단하며 사람의 왕래도 철저하게 통제한다. 그리고 살처분을 한 뒤에는 정부에서 보상을 한다.
이런 방식을 메르스에도 적용해서 일단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을 공개하고 그 병원과 의료진 환자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 대책을 수립해야 하며 이들이 지켜야 할 수칙을 상세하게 알린 뒤 시설격리와 자가격리를 구분해서 해야 한다. 그리고 격리대상자들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불편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 명단 공개에 따른 부작용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비공개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대전의 한 병원 의사의 경우 확진환자를 진료했다는 이유로 자가 격리 중인데 신상이 털리고 아이들은 학교를 가지 못하고 있으며 가족들은 지역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한다. 정보지에는 이 의사의 실명까지 나돌고 있다.
차라리 정부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서 대응한다면 이런 부작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의료전문가들도 SNS를 통해 메르스는 2차 감염이나 3차감염 대부분이 병원내 감염이라는 사실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병원내 감염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알리면서 정부가 투명한 정보공개로 국민들의 불신과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올리고 있다.
☞ 메디게이트 6월 3일 기사 '현재까지 메르스 상황 20가지 정리-감염내과 교수들, 긴급 기자간담회'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