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지분 7.12%(1112만5927주)를 주당 6만3500원에 장내 매수했다고 4일 공시했다. 총 매입금액은 7065억원에 달한다.
주식 취득 목표는 경영 참여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했을 뿐 아니라 합병 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아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지난 26일 아침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하면서 양사의 합병 비율을 1대0.35로 정했다.
합병 비율을 시가총액 기준으로 정한 것이지만, 자산기준으로 보면 삼성물산의 자산이 29조5000억원으로 제일모직의 3배가 넘기 때문에 합병 비율 산정이 삼성물산에 불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럼에도 기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주들 가운데는 합병에 대한 반대 의사를 내놓지는 않았다. 합병 발표 이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반대세력 결집 가능성이 제기된다.
제일모직과 달리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계열사의 지분이 19%대에 그치는 상황이다. 3일 기준으로 외국인 지분은 32.11%에 달한다. 국민연금도 9.79%의 지분을 들고 있다.
따라서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비롯한 외국인·기관 주주들이 1조5000억원 규모의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합병 계획이 무산될 수 있다. 이는 삼성물산 보통주 지분 약 17%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오는 7월로 예정된 삼성물산 이사회에서 삼성과 엘리엇측간 지분 대결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합병 계획이 좌초했을 때 주가 측면에서 반대한 주주들이 볼 수 있는 이익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합병 반대 세력의 결집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977년 설립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엘리엇어소시에이츠와 엘리엇인터내셔널 두 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며 전체 운용 자산은 260억 달러(약 29조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