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한 시민들 경계심 '가득'

인터넷 괴소문도 불안감 증폭…학원·식당·상점 모두 쑥대밭

지난 1일 경기도 화성의 한 종합병원에서 국내 첫 메르스 감염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인근 주민들이 불안한 마음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윤철원 기자
중동호흡기질환, 메르스가 확산되고 있는 경기 화성, 수원, 용인, 평택 등은 시민들은 물론 지역경제까지 패닉 상태에 빠졌다.

메르스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거듭된 정부의 대책이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신도시의 특성상 젊은 시민들이 인터넷에 떠도는 괴소문을 자주 접하면서 공포와 불신의 골만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

지난 3일 저녁 CBS 노컷뉴스가 찾아간 경기 화성 A 병원 일대. 한마디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외식과 쇼핑을 한참 즐길 시간이었지만 이따금 오고가는 행인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경계심 가득한 눈길로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딸과 함께 마스크를 한 채 병원으로 향하던 학부모 정모(여성)씨는 "정부가 하는 발표를 못 믿겠다. 정확한 데이터 없는 발표는 불안감만 조장할 뿐이다. 우리 몸은 우리가 지키자는 생각으로 최대한 외출을 삼가고 있다"며 정부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거리에 있는 상점들과 식당들은 대부분 텅 비어 있었고, 마스크를 착용한 점원들이 멍하니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식당 주인 유모씨는 "손님들이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고 있어 식당을 찾지 않고 있다"며 "직장을 오가는 일 이외에는 주로 집에 머물고 있어, 마트들의 배달서비스나 야식업체들로 몰리는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다수 식당과 상점들이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약국들도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A병원 인근의 한 약사는 "국내 첫 메르스 희생자 소식이 알려지면서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은 들어오는데로 동이 나고 있다"며 "하루 매출의 절반이상을 차지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로 북적거릴 학원가도 개점휴업 상태다.

30~40대의 청장년층의 비율이 높은 신도시의 특성상 아이들도 많고 중산층 이상이 거주하다보니 학원들마다 문전성시를 이루던 이곳에도 메르스로 인해 칼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인근 학교가 모두 휴업했고, 아이들이 집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며 "신도시라서 어머니들이 이런거에 예민하고 아이들의 문제에 매우 민감하다보니 더 심한 것 같다"라고 했다.

지난 1일 경기도 화성의 한 종합병원에서 메르스 감염 환자가 숨지면서 인근에 위치한 금곡초등학교는 학생 보호 차원에서 오는 5일까지 임시 휴업령이 내려졌다. 윤철원 기자
B 병원 인근 유치원, 초·중학교들은 지난 3일부터 일부학교가 휴업에 돌입했고 4일 아침부터 모두 136개 교가 휴업에 동참한다.

당분간 아이들이 등하교하는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다.


한 초등학교의 이모 교장은 "학생들이 메르스 환자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둥, 선생님이 감염이 됐다는 둥 이런 전혀 사실과 다른 루머들이 인터넷을 통해 돌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학교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 정부와 교육부 차원의 특단이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성과 인접한 수원, 용인, 오산 등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특히 최초 감염자가 거쳐 갔던 400병상 규모의 평택 B병원은 지난달 말부터 아예 문을 닫았다.

이러다보니 이날 점심시간 병원 앞 식당가는 매우 한산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서민과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김밥가게 매출도 반으로 줄었다.

병문안 손님을 대상으로 선물용 음료수 등을 팔던 슈퍼는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한마디로 평택 지역경제가 초토화된 셈이다.

메르스로 인한 패닉현상을 북부의 한 도시도 마찬가지다.

5명 수용이 가능한 국가지정 격리병상이 있는 이곳은 메르스 감염자 수용여부가 공개되지 않았으나 시민들은 이미 불안해하고 있었다.

손녀를 키우고 있다는 할머니 박모(63)씨는 "아이를 집밖으로 내보내기 겁난다"며 손녀를 위해 약국 가서 마스크와 예방약 구할 수 있나 알아봤다. 마스크가 없다고 해 여러군데를 돌아다니다 겨우 2개를 구해 손녀에게만 마스크를 착용시키고 있다"고 했다.

한편, 4일부터 수원, 평택, 화성, 오산, 용인, 안성, 양평, 이천, 광명, 안산, 광주, 하남 등의 시군, 585개 교오 휴업 범위가 확대된다.

따라서 정부와 교육당국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 시민들의 불안과 불신을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