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밝혀진 이승엽 홈런공의 '비밀'

'이게 바로 홈런공' 삼성 이승엽이 3일 롯데와 홈 경기에서 날린 통산 400호 홈런공. KBO 마크에 찍힌 점이 비밀 마킹이다.(포항=임종률 기자)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통산 400호 홈런공의 주인공은 평범한 40대 회사원이었다. 아내까지 속이고 야구장에 왔다가 이승엽(39, 삼성)의 대기록을 줍는 행운을 안았다.

이승엽은 3일 경북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홈 경기에서 3회 상대 선발 구승민을 상대로 홈런을 날렸다. KBO 리그 34년 역사상 최초의 통산 400호 홈런이었다.

이승엽이 날린 타구는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외야 자리를 가득 메운 팬들은 홈런공을 줍기 위한 소동이 한바탕 벌어졌다.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만큼 홈런공의 임자가 되기 위해서였다.

2003년 이승엽이 한창 아시아 최다 신기록에 도전할 당시 56호 홈런공은 최소 1억 원 이상의 가치가 매겨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해 6월 22일 이승엽이 대구 SK전에서 날린 아시아 최연소 300홈런을 구관영 에이스테크놀로지 회장이 1억2000만 원에 산 바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 구단 이벤트 업체 직원이 56호 홈런공을 주워 구단에 기증하면서 가격이 정해지진 않았다. 그러나 통산 400호 홈런은 그만한 가치를 평가받을 만한 공이었다.


'내가 잡았어요' 김재명 씨가 3일 이승엽의 400홈런공을 들고 인터뷰를 하면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포항=임종률 기자)
결국 충남 천안에 사는 김재명 씨(43)가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김 씨는 "공이 관중석 뒤쪽으로 넘어갔는데 순식간에 사람들이 많이 몰렸지만 공이 풀 속에 있어 찾지 못했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당시 상황을 전했다.

포항구장 외야석은 광주-KIA챔피언스필드처럼 관중석 없이 잔디밭이다. 이어 김 씨는 "나도 자리로 돌아왔다가 사람들이 빠졌을 때 다시 가서 찾았다"고 비결을 밝혔다.

이승엽의 홈런공은 가짜를 막기 위해 특별한 표시를 해놨다. 비밀스러운 표시는 바로 공에 새겨진 KBO 마크의 'O'자에 찍은 점이었다. 김 씨는 심판실에 들러 홈런공임을 공인받았다.

김 씨는 "원래 아내가 보내주지 않을까 봐 야구장 대신 경주에 있는 산에 간다고 하고 왔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이날 등산복 차림이었다. 이어 "예전 2003년 이승엽의 56호 홈런 도전 때도 광주로 차를 몰고 가다 접촉 사고가 나기도 했다"면서 "빨리 가서 아내에게 말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홈런공의 처분은 어떻게 될까. 김 씨는 "나도 야구를 좋아해서 기증을 하고 싶지만 집에 가서 아내와 상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멋쩍게 웃었다. 이어 "이승엽 선수가 500홈런에도 도전하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재미있는 것은 김 씨가 LG 팬이라는 것. 김 씨는 "천안 토박이지만 줄곧 LG를 응원해왔다"고 당당하게 신분(?)을 밝혔다. 이를 전해들은 이승엽은 "아, 그래요?"라고 물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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