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공연을 앞둔 한 오페라단 관계자는 3일 “‘사람이 모인 곳에는 가지 말라’는 경고가 돌고 있는 만큼 우리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예정된 공연을 취소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공연장 측에서 위생을 위해 손 소독제를 공연장에 비치할 예정이라 들었다고 했다.
한 교향악단 홍보 관계자 역시 “티켓을 예매한 관객들이 예정대로 공연을 진행하는지 문의하는 몇몇 전화가 오늘(3일)부터 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공연 중지 등의 방침이 있지 않는 한 예정된 공연은 진행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공연계가 쉽사리 공연을 중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관료와 관계가 있다. 이미 대관료 계약을 맺은 상황에서 공연을 취소할 경우 계약금을 돌려받기 어렵다.
공연장을 대관하는 경우 '천재지변으로 인한 경우 갑과 을 모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그 외에 취소나 연기는 문제 소지가 있다.
다시 말해 국가 차원의 재난 수준이라는 공감대가 양측에 형성되거나, 정부에서 공연 중단 지시를 하지 않는 한 대관한 곳에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교향악단 관계자는 “신종플루 때도 무료 공연 정도만 취소했지, 유료 공연을 취소하지는 못했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개그맨 임혁필 씨가 남긴 지난달 30일 블로그에 남긴 글을 보면 그 심정이 느껴진다.
"신종플루가 처음 나왔을때 공연을 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모이면 안 된다고 해서 공연장에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피눈물을 흘리고 공연장을 접거나 아님 부도가 나 대출을 받고 전전 긍긍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물론 행사도 다없어졌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좀 잠잠해 지더니 이번엔 세월호가 터졌다. 똑같이 공연도 없어지고 행사도 없어졌다 생각보다 세월호의 아픔이 길어졌다. 에이젼시와 기획사는 또 부도가 나고 피눈물을 흘렸다. 이제 또 시간이 흘러 좀 잠잠했졌다. 근데 이번엔 또 메르스란다. 공연 행사 방송 하는 사람들은 이러다 정말 다 굶어 죽는다."
그는 "메르스가 무서운게 아니라 메르스에 대한 공포 확산"이 더욱 무섭다고 했다.
배우 손병휘 역시 3일 자신의 트위터(@SonByeongHwi)에 비슷한 내용의 글을 남겼다. 그는 "메르스 때문에 공연 하나가 취소되었다. 무대에 서는 인생에게 메르스는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며 씁쓸해했다.
때문에 공연사가 취소를 결정하기보다 관객의 선택에 맡겨야 하지 않겠냐는 입장도 있다. 한 연극 홍보 관계자는 “메르스는 우려되지만 우리는 무대를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관객들이 오지 않는다면 취소되지 않겠는가”라며 관객이 한 명이라도 오겠다고 하는 한 공연은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3차 감염자까지 발견되고 격리자가 늘어나는 등 사태가 커지면서 추후 공연이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하나둘 씩 취소하는 단체가 생기기 시작했다.
오는 7일 수원 야외음악당에서 바이브와 포맨, 벤, 미, 임세준 등 소속 가수 전원이 출연하는 공연 '더 바이브 패밀리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던 더바이브엔터테인먼트는 공연을 잠정 연기했다
기획사 측은 "바이러스로 인한 추가 피해 확산을 방지하는 데 동참하고, 관객 여러분들의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해 부득이 공연을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중랑물재생센터도 5일 센터 앞 잔디밭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8회 어린이 그림 그리기 대회 개최를 무기한 연기했고, '안성남사당 바우덕이풍물단' 역시 6일과 7일 진행 예정이었던 상설 공연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