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 두 팀의 사령탑은 이승엽의 홈런 달성 여부에 대해 사뭇 다른 의견을 보였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가급적이면 늦게, 이종운 롯데 감독은 빨리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류 감독은 사실 전날까지만 해도 이승엽의 홈런이 빨리 나왔으면 하는 의견이었다. "본인은 물론 다른 선수들까지 신경을 쓰기 때문에 경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류 감독은 이날 조금 다른 견해를 드러냈다. 야구 인기를 위해 조금 더 주목을 받기를 원하는 것이다. 류 감독은 "이승엽이 홈런을 늦게 칠수록 관심은 더 높아질 것 아닌가"라면서 "야구 인기몰이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은근히 늦게 나오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지난 2003년 이승엽이 56호 당시 아시아 홈런 신기록에 도전할 당시를 떠올린 것이다. 이승엽이 55호 홈런을 친 뒤 야구장에 잠자리채 열풍이 부는 등 전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결국 이승엽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도 신기록을 달성했다.
▲"올해 안에 치겠죠" vs "빨리 쳐다오"
홈런 대신 안타만 많이 나오면 괜찮다는 류 감독이다. 전날 경기에 대해 류 감독은 "승엽이가 6번인데 득점권 기회가 많이 온다"면서 "그때 안타나 타점을 올려주면 경기가 쉽게 풀리지만 병살타가 나오면 끊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승엽이는 홈런 대신 안타를 많이 쳐주면 된다"고 농담을 던졌다. 전날도 이승엽은 5타수 3안타 3타점을 올리며 13-7 대승을 견인했다.
그래도 너무 오래 끌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류 감독은 "홈런을 치기가 그리 쉽습니까"라며 반문하며 "그래도 올해 안에는 치겠죠"라고 웃었다. 승리를 거둔 만큼 느긋한 류 감독이었다.
특히 이 감독은 전날 경기에 대해 "홈런 대신 안타를 많이 치더라"면서 "그게 어제 패배의 원인이 됐다"고 짐짓 분을 참지 못했다. 이어 "홈런 대신 안타를 칠 거면 이제 (몸에) 맞힌다고 전해달라"며 웃었다.
롯데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이어지는 만큼 '매도 빨리 맞겠다'는 것이다. 롯데 포수 강민호도 "기왕 나올 것이면 빨리 이승엽 형이 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연 어느 감독의 바람이 이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