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83%가 요구해도… 복지부 "병원 공개 불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2일 오후 세종시 정부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실에서 메르스 관계부처 회의결과 및 향후 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와 격리 대상자가 빠르게 늘면서, 확진 환자들이 치료받은 병원을 공개하라는 여론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병원을 공개하면 불안과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며, 공개 불가 방침으로 일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는 3일 브리핑을 통해 "의료기관명을 공개하는 것은 현재 해당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하다"고 못박았다.

당국은 메르스 발생 의료기관을 공개할 경우, 해당 의료기관을 방문했던 사람들이나 방문 예정인 사람들의 주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의료기관을 공개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환자들을 상대로 일일히 문진해 특정 의료기관 노출 여부를 확인한 뒤 진료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민관합동반에 참여중인 대한감염학회 김우주 이사장은 "악조건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병원 명단이 도마에 오르면, 앞으로 국가지정 병원이 아닌데도 희생적으로 치료에 나서고 있는 민간 병원들이 치료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실제로 (메르스 환자를 치료했다고 알려진) 병원 명단이 나돌면서 해당 병원에 언론이 몰려와 피해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이런 방침에 대해 의사협회 노환규 전 회장은 "의료기관 비공개가 오히려 메르스를 확산시키는 데 일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 전 회장은 "정부가 지정 진료병원을 밝히지 않아 메르스 의심 환자들이 우왕좌왕하며 진단장비나 격리시설을 갖추지 않은 일반 병의원을 찾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가 2, 3차 감염을 부추기는 꼴"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그는 또 "에볼라에 감염된 의사가 미국에 입국할 때 때 에모리 대학병원으로 이송되는 장면이 방송으로 생중계됐다"는 사례를 들었다.

이어 "우리는 홍콩의 메르스 환자 격리지역이 사이쿵 휴양촌이라는 사실은 알면서도, 한국의 메르스 환자 격리지역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앞서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전날 전국 19세 이상 남녀 500명에게 물어본 결과, 82.6%는 "메르스 발생 병원과 지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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