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준비 기간은 한 달 남짓,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솔로 활동이었고, 블라인드 마케팅의 일환이었던 엘시라는 이름도 낯설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은정은 보란 듯 성공적으로 활동을 마쳤다. 옆트임 드레스를 입고 웨이브 댄스를 선보이며 '티아라 은정'과는 또 다른 성숙한 매력을 발산했고, 애절하고 감미로운 음색으로 팬들마저 놀라게 했다.
최근 목동 CBS사옥에서 은정과 만났다. 솔로 활동을 무사히 끝낸 소감부터 여전히 쏟아지는 악플에 관한 이야기까지, 꽤 오랜 시간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 솔로 앨범은 언제부터 준비했나요.
= 솔로 계획은 예전부터 있었는데, 정확한 이야기는 올해 초에 나왔어요. 진행이 안 되다가 확 불이 붙은 거죠. 그래서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급작스럽게 관리에 들어갔고, 한 달 정도 만에 나오게 됐어요.
짧은 준비 기간이었지만,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신 덕분에 만족스러운 앨범이 나온 것 같아요. 다음에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세심하게 신경을 써서 더 멋진 솔로 앨범을 내고 싶어요.
▶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나요.
= 앨범 재킷 촬영도 스케줄이 굉장히 바쁜 기간에 진행됐어요. 1시간 반 정도 만 자고 다음날 촬영해서 너무 졸렸어요. 그래서 자세히 보시면 눈을 제대로 뜬 사진이 없어요. (웃음). 다행히 첫 촬영이 침대신이라서 눈을 좀 붙일 수 있었죠.
▶ 왜 엘시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거죠?
= 사장님께서 명랑한, 쾌활한, 성실한, 신에게 약속하는, 고귀한 등 온갖 예쁘고 좋은 뜻을 다 담아서 지어 주신 이름이에요. 사실 저도 약간 부끄러워요. 처음 듣고 '겨울왕국' 엘사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이름을 듣고 웃으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또 처음에는 블라인드 마케팅으로 정체를 공개하지 않았었잖아요. 저의 존재를 완전히 가리고자 했던 것 아니었고, 음악을 먼저 듣게끔 하고 싶다는 사장님의 생각이 담긴 거였어요.
전 빨리 대중에게 '엘시가 저예요'라고 이야기 하고 싶었죠. 나중에 티아라 은정이라는 걸 모르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 걱정도 있었고요. 그래도 지금은 엘시라는 이름에 정이 들었어요.
▶ 이번 활동 콘셉트가 본인이 생각했던 '솔로 은정'의 모습이었나요.
= 아니요. 완전 달라요. 많은 분들이 저의 건강하고 활기차고 섹시하고 보이쉬한 이미지를 좋아해 주시는데요. 만약 솔로 활동을 한다면 그런 장점들을 더 업그레이드 시키고 싶었어요.
그런데 회사에서는 아예 색다른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좀 더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고, 심지어 아예 저인 걸 모르게 했으면 좋겠다고요. 그리고 헤어스타일도 바꾸고 의상도 평소 안 입던 스타일로 변신을 많이 했어요.
= 타이틀곡을 제외한 앨범 수록곡은 모두 제가 선택했어요. 직접 가이드 때부터 들어보고 선택한 곡들이 담겼죠. 사실 타이틀까지 참여해볼까도 생각을 했는데요. 회사에서 1부터 10까지 다 생각을 해 놓으신 후에 권유를 해주셨고, 저도 색다른 모습을 시도해 보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서 '혼자가 편해졌어'로 활동하게 됐어요.
▶ 티아라 때와는 다른 애절한 음색이 인상적이던데요.
= 저는 원래 두꺼운 목소리도 내고 호흡이 들어간 얇은 목소리도 내요. 노래 분위기에 따라 바꿔 부르는 편인데요. 이번엔 슬프고 아픈 가사가 담긴 곡이었기 때문에 여성스러운 느낌을 더 강조하려고 했어요.
▶ 아쉽게도 생각보다 음원 성적은 좋지 못했죠.
= 처음에는 20위권 안까지 들어갔어요. 그런데 도중에 팬들의 노력이 무너지는 일이 발생했어요. 이건 처음 말씀드리는 건데요. 원래는 '혼자가 편해졌어'가 3분 9초 분량의 곡이었는데, 중간에 회사에서 3분 50초 분량의 곡으로 교체를 했어요.
회사에서는 믹싱을 새롭게 해서 더 좋은 곡을 선보이려는 거였는데, 이전 스트리밍 기록이 다 무너져버린 거죠. 저에 대한 애정이 가득해서 하신 일이었는데 아쉽게 됐죠. 서포트 해주신 팬분들에게도 죄송한 일이 됐고요.
물론 차트 상위권에 있으면 좋은 일이지만, '은정에게 저런 모습이 있네?'라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해서 만족스러워요. 또 무대에 설 때마다 많은 분들이 힘을 불어 넣어 주셨거든요. 그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죠.
▶ 혼자 활동해보니 어땠나요.
= 혼자 무대를 꾸며야 했기에 세심하게 신경 쓸게 많았어요. 다른 분들도 그런가? 앨범 발매 시기부터 유튜브 조회수까지 꼼꼼히 챙기게 되더라고요.
앨범 표지가 넘어가는 순서까지 제가 정했어요. 땡스 투에 들어갈 한 글자 한 글자, 작은 사은품까지도 정말 중요하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죠. 또 혼자 무대를 꾸며야 하니까 스스로 마음을 좀 더 굳게 먹게 되더라고요.
▶ 활동이 끝나면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은?
= 활동이 끝나면 회사 식구들과 함께 삼겹살을 먹기로 했어요. 아주 많이 먹을 거예요. (웃음).
인터뷰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