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연일 유승민 사퇴론 거론… 찍어내기인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새누리당 유승민 원대대표가 시련을 겪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내 친박계는 행정입법을 제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개정 국회법과 관련해 유승민 원내대표를 진퇴양난의 막다른 길로 몰고 있다.

친박계가 주도하고 비박계인 김태호 최고위원이 동조하는 양상이다.

포문은 서청원 최고위원이 열었으나 직접 겨냥은 김태호 최고위원에게서 나왔다.

서 최고위원은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무원연금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각 못한 시행령까지 동의해줘 놓고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며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태호 최고위원이 나서 "유승민 원내대표 출범 이후 청와대와 당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이 1일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 시행령 수정 요구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이어 마이크를 받은 이정현 최고위원은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이 필요하다면 누군가의 책임 문제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문제"라며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한 성토가 이어졌다고 한다.

김무성 대표는 "여야 합의 전에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았느냐, 이건 특정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며 유 원대표를 엄호했다.

유 원내대표는 책임을 묻는 질문에 "건전한 당청관계를 위한 진통이라"고 말했으나 유승민 원내대표를 둘러싼 논란은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이어졌다.

2일 윤상현 청와대 정치 특보가 주도하는 국회법 대책을 위한 국가경쟁력 포럼에서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론이 공식으로 제기됐다.

친박계 모임을 마친 뒤 이장우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그동안 유 대표가 정무적 판단 등에서 잘못했고, 당정청 갈등의 실질적인 중심에 서 있어 혼란에 빠졌다”면서 “유 대표는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을 사퇴해야한다”고 밝혔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친박계가 유승민 원내대표를 찍어내려는 움직임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유승민 원내대표와의 깊은 인연이 있는 서청원 최고위원은 유 대표의 책임론에 동참하지 않고 있으나 서 최고위원과 가까운 노철래 의원은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의 강제성을 두고 혼란이 이는데 대해 당 지도부가 국민에게 해명하고 수습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노철래 의원 (자료사진)
노 의원은 "혼란을 드린데 대해 국민에게 미안하게 생각하고 앞으로 어떻게 수습하겠다고 하는 게 책임있는 지도부의 모습"이라며 책임을 요구했다.

유 원내대표는 회의를 마친 뒤 노철래 의원의 발언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그 문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입장을 밝힐 때가 올 것이며 그때 가서 한꺼번에 말씀 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박민식 의원은 국회법 개정을 둘러싼 책임논란과 관련해 유 원내대표를 엄호했다.

박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 와서 이걸 특정 지도부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개인의 양심상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친박계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유승민 책임론'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혔다.

박민식 의원은 "행정입법의 고유성에 치명상을 줄 수 있으면 조심스런 마음에서 문제제기가 가능하다"면서도 "지도부가 독단적으로 한 것이 아니고 공무원연금 개혁을 한다는 절체절명의 압박 속에서 의원총회를 하며 의견을 수렴한 것"이라고 말했다

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이 주도하는 국가경쟁력강화포럼 '국회법 개정안 위헌 논란' 긴급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김무성 대표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원내대표의 책임이 아닌 모두의 책임이라는 발언과 맥을 같이 한다.

김 대표는 2일 이례적으로 이날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우리끼리 싸울 필요가 없다. 당내갈등이나 당청갈등으로 가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국회법 개정안 논의 당시 상황을 길게 설명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책임질 일이 아님을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

친박계에서 일고 있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책임론은 새누리당이든, 새정치연합이든 정파의 이해와 논리를 떠나 타협의 정치를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례다.

한 야당 정치인은 "우리 정치가 진영 논리에 깊숙이 빠져 있는 관계로 중도·대화·협상론자들은 설 자리가 없다"면서 "여권 내에서 일고 있는 유승민 책임론이야말로 대표적인 계파·진영 정치의 표본"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개정 국회법 파동을 넘어서지 못하고 만약 중도사퇴한다면 친박계는 다음엔 김무성 대표를 지목하고 나올지 모른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의 관계는 일단 순망치한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친박계가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당 공천권을 맡길 수 없다는 정치적 포석이 이번 국회법 갈등의 바탕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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