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한 차례 기회가 무산돼 논란이 일었기에 더 관심이 집중된다. 이승엽은 지난달 30일 LG와 잠실 원정에서 399호 홈런을 날린 뒤 다음 날 전인미답의 고지에 오를 기회가 왔다. 그러나 9회 LG가 사실상 고의 4구로 이승엽을 걸러 대기록의 희생양을 피했다는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때문에 2일 삼성-롯데전이 더 주목을 받는 것이다. 이미 롯데 이종운 감독은 이승엽과 정면승부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LG가 한바탕 홍역을 치른 마당에 롯데가 같은 전철을 밟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이승엽은 '포항의 사나이'라 불린다. 통산 포항구장 성적이 20경기 타율 3할8푼9리(72타수 28안타) 9홈런 24타점이다. 거의 2경기에 1개 꼴로 홈런이 나온 셈이다. 포항에서 축포가 터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홈런 1위' 롯데 vs '피홈런 1위' 삼성 장원삼
하지만 롯데의 홈런포도 만만치 않다. 이승엽의 대기록이 걸려 있을 뿐이지 대포의 위력은 롯데가 우위에 있다. 이승엽의 400홈런 역시 경기에서는 1개의 홈런일 뿐 롯데가 더 많은 홈런을 날리면 승리를 가져갈 확률이 높다.
올해 롯데는 '대포 군단' 넥센을 뛰어넘는 홈런쇼를 펼치고 있다. 5월까지 52경기 80홈런으로 넥센(78개)에 앞서 있다. 경기당 1.54개의 아치가 나온다. 삼성도 51경기 67개로 10개 팀 중 3위지만 장타력에서는 조금 밀린다.
직전 경기인 지난달 27일에도 넥센전에서 3이닝 만에 홈런 2개를 내주는 등 7피안타 6실점으로 무너졌다. 지난 4월25일 롯데전에서 장원삼은 2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홈런 2개 포함, 7피안타 7실점으로 조기강판한 바 있다. 다만 장원삼은 4월7일 시즌 첫 등판인 롯데전에서 6⅓이닝 3피안타 1실점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이날 롯데 선발은 김승회 대신 이상화가 긴급 투입된다. 이상화도 올해 7경기 2승4패 ERA 6.24로 썩 좋지는 않다. 다만 피홈런은 4개다. 지난 4월8일 삼성전에서는 야마이코 나바로에게 결승 3점 홈런을 맞고 패전 투수가 됐다.
▲'윈-윈'과 울상의 갈림길
초미의 관심사인 이날 대결에서는 승패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워낙 이승엽의 대기록이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삼성으로서는 경기에서 져도 이승엽이 대기록을 달성하면 그나마 위로가 될 만하다. 경기도 이기고 이승엽 홈런까지 나오면 삼성으로서는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삼성은 NC에 승차 없는 2위를 달리는 치열한 선두 싸움을 하고 있어 1승이 급하다.
롯데도 마찬가지다. 5월까지 5위를 달렸지만 6위 SK와 승차가 불과 1경기다. 이날 지고 SK가 이기면 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살을 버리고 뼈를 취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울상이라면 삼성은 이승엽 홈런 없이 지는 것과 롯데는 이승엽에 홈런도 맞고 경기도 지는 쪽이다. 삼성이 이승엽 홈런 없이 이길 수도 있고, 롯데가 이길 수도 있다.
가장 피해야 할 것은 LG가 불러일으킨 이승엽과 승부 피하기 논란일 것이다. 논란이 재발된다면 롯데는 그야말로 울상에 울상이 될 일이다. 이승엽과 롯데의 홈런 전쟁. 과연 어느 쪽이 웃게 될까.